밤산책
춥고 어두운 밤. 혼자 산책을 했다. 사람 없는 겨울밤 혼자 걸으니 조금 무서웠지만, 오래 걷고 나니 마음이 좀 시원해졌다. 집이 드문드문해지는 길 가에 혼자 불켜진 어느 집. 검푸른 밤하늘 아래 불켜고 앉아있는 집이 단단하고 씩씩해보여 한 컷. 여기 발 딛고 살아가는 건 바로 나, 그 누구도 아닌 나라는 사실을 이제야 알겠네, 하는 심정으로. 산책 다녀와 옷 벗으며 거울을 보니 추위에 얼굴이 발그레진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나를 살피고 돌봐주고 나답게 사는 것. 나다울 때 가장 맘에 드는 나. 까먹지 말아야지.
그물에걸리지않는/황홀한일상
2018. 2. 5. 06:58
풍선 안의 공기처럼
아이가 아프다. 올겨울 들어 두번째 독감. 어떤 할재가 그랬는데. 아이가 아픈 건 전적으로 엄마 잘못이라고. 그 말 들을 땐 이건 무슨 개소린가 싶었는데 아픈 아이를 보면 자책이 스물스물 올라온다. 어린이집에서 다시 유행인 독감은 내 능력 밖 일임에도 불구하고, 더 잘 먹이고 더 잘 쉬게했다면 독감에 안걸렸을까, 하고 만약을 자꾸 생각한다. 자책과 우울이 섞인 마음이 나를 덮친다. 이럴 땐 백팔배를 하거나 산책을 하면 좋은데 내일까지 해야할 일에 쫓기는 y와 아픈 아이는 나를 돌봄과 살림 노동에 딱 붙어있게 만드네. 지금 나에게 거리를 두는 시간이 필요한데. 풍선 속 공기처럼 답답하다..
그물에걸리지않는/황홀한일상
2018. 2. 4.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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