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간 새집은 마음에 들어요. 전에 살던 곳보다 넓은 것도 좋지만, 오전과 낮에 조용한 것이 좋더라구요. 그런데 아직 인터넷 신청도 안했고 책상, 책장 정리도 못한 채 어질러져 있어요. 집에서 안정적으로 작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인데, 매일 처리해야할 일들, 진척시켜야할 일들이 닥쳐오곤 합니다. 머리가 조금 아프고 열도 좀 나는 며칠이 계속 되고 있고, 기분은 가벼웠다가 불안해졌다가 놀고싶다가 차분해졌다가를 반복하고요. 다행인 건 날씨가 맑다는 것. 특히 오늘 햇살과 하늘과 구름은 환상적이네요.
내일 아침이면 이 집을 떠난다. 2년 반을 거의 꽉 채워 살았다, 봄에 와서 가을에 떠나는. 이 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바로 부엌. 요리 시간을 즐겨서라기보다는 식탁 의자에 앉아서 보는 뷰가 꽤 괜찮았기 때문이다. 아주 작은 식탁에 혼자 앉아 책을 보거나 밥을 먹거나 음악을 듣거나 차를 마시는 시간도 좋았고, 특히 비오는 날엔 부옇게 습기가 찬 베란다 창 너머로 녹색이 보여서 좋았다. 이 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오후 늦게 창을 열어두고 가만히 바깥의 소음을 듣고 있던 네 다섯시 즈음의 시각들. 서향인 큰 방 안으로 해가 길게 들어오고, 방은 밝은 기운으로 가득한데 양 쪽으로 열어둔 창으로는 오후의 서늘한 바람이 지나가곤 했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정이 담뿍 든 이 집, 이 동네, 이..
_ 딱 한달 후면 출국합니다, 만약 비자 등등 모든 일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요.흐흐. _ 와야할 이메일은 오지 않고, 하루에 처리할 일들은 대여섯가지를 훌쩍 넘고, 치과도 다녀와야겠고, 논문 인터뷰 스케쥴은 삐걱거리고, 급기야 생리통까지 겹쳐서...으으으으... 이러고 있습니다. _ 그렇지만, 이 시간또한 지나가겠지요, 아마 한 달즘 후엔 이 시간 돌아보며 웃음이 좀 나올 것 같아요. 이렇게, 마음 먹으면서도 가슴 깊은 곳에는 뭔가 꿈틀대고 있는지, 연일 엄마 꿈을 꿉니다. 그래도, 그 순간의 마음에 사로잡히지 않고 그냥, 툭, 털고 일어나 봅니다. _ 접속사들이 늘어나는 계절. 안절부절 하다가 다시 자리에 앉아 나를 가만히 보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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