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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엄마 일기

마중

새빨간꿈 2022. 9. 23. 21:20

오늘 낮, 4박 5일 간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아이를 맞으려고 기차역에 나가 기다리다가 문득 엄마 생각.

고등학교 졸업 후 집 떠나 살며, 기차 타고 엄마집에 갈 때마다 엄마는 이렇게 기차역에서 나를 기다렸다. 기차에서 내려 계단을 걸어 출구로 나가면 목을 빼고 기다리다 나와 눈을 맞추고 씩 웃으며 내게 다가오던 엄마. 밤이든 낮이든 새벽이든 내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거기 그렇게 서있었던 엄마 마음이 어땠을지. 그걸 한 번도 생각 해보지 못했다는 걸 오늘 알았다.

아이가 타고 온다는 기차 도착시간이 살짝 지나니 사람들이 출구로 나오기 시작하고 나는 들뜬 마음으로, 그리고 약간 초조해진 채, 나오는 사람들 사이에서 아이를 찾는다. 사람들 사이로 아이가 내 눈에 보이던 순간 나도 엄마처럼 씩 웃고 아이에게 다가가 반가운 마음 가득한 채로 아이 손을 잡는다.

그 때 기차역에서 나를 맞았던 엄마도 이런 마음이었겠구나. 아이를 키우며 나는 뒤늦게서야 엄마 마음에 내 마음을 포갤 수 있는 순간들을 만난다. 엄마는 없어도 내가 그 때 엄마의 그 마음으로 순간들을 맞는다.

아이가 여행 떠나던 날 새벽, 졸린 눈으로 김밥을 싸 아이 도시락에 담으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싸놓은 김밥 중 제일 이쁘고 먹음직한 것들을 골라 도시락통에 넣으며 엄마도 내 김밥 도시락을 쌀 때 이런 마음이었겠구나. 이제사 그 마음을 알겠네 했다.

뒤늦어도 엄마 마음을 가늠할 수 있게되어 다행이다. 그 마음 안에서 내가 자라고 살았다는 게 뒤늦게라도 기쁘고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