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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제주현대미술관을 검색해서 갔는데 네비게이션이 목적지로 알려준 곳은 김창열미술관 주차장이었다. 제주현대미술관까지는 400미터 거리. 왜 여기로 나를 안내했지 싶었지만 날도 좋고 시간에 쫓기는 것도 아니어서 그냥 천천히 걸었다. 낮은 돌담들과 나무들 꽃들이 볕과 바람 속에 가장 예쁜 모습으로 놓여있던 길. 그 길 걸으며 참 좋았다. 네비게이션이 나를 위해 걷는 시간을 준 것처럼.

언제나 목적지까지 가장 효율적이고 빠른 길로만 갈 필요는 없지. 둘러갈 때도 있고 헛짓 하며 엉뚱한 곳을 들러 갈 수밖에 없는 순간들도 있지만 그것도 그 나름으로 참 좋을 수 있다는 걸, 그 길을 걸으며 새삼 깨달았다. 그러고보니 이번 여행 자체가 그랬네. 항공권을 뒤늦게 예매하는 바람에 처음부터 허둥지둥이었지만 충만한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어. 계획한 대로 안되는 것들이 있었지만 우연히 멈추고 들렀던 그 장소들. 어쩌면 예기치 않는 사건들과 사람들이 내 삶에 안내자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