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그물에걸리지않는/황홀한일상

감기

새빨간꿈 2023. 5. 6. 16:59

지난 월요일 시작된 감기가 토요일인 오늘까지도 이어진다. 처음엔 코와 목이 아팠다가 콧물이 줄줄 나오고 목이 다시 아팠다가 노곤하게 몸이 까라지던 증상들을 지나 이제 회복기인 것 같긴 하지만. 감기 와중에도 수업 하고 밥 해먹고 출퇴근하고 회의도 했다. 그제 저녁 수업이 넘넘 힘들어서 고비이긴 했지만 무사히 퇴근해서 잘 자고 어젠 휴일이라 잘 쉬고 오늘도 쉬멍놀멍 시간을 보내고 있다.

몸이 아플 때 마음도 괴롭다. 아프다는 사실 자체가 나를 괴롭힌다. 목요일 저녁 수업 끝나고 도무지 퇴근할 기운이 안나 등나무 벤치에서 잠시 쉬다가, 덜렁 그 벤치 위에 누워서 등나무 꽃과 잎과 가지 그리고 흐린 하늘을 보았다. 아프도 괴로워도 이건 내 삶이지, 도망칠 수가 없네, 하고 다시 힘을 냈던 그 순간.

아프고 괴롭던 시간도 다 내 인생. 그 시간들이 쌓여서 나를 이룬다. 내가 언제 아픈지 잘 살펴보는 일, 아픈 나를 스스로 잘 위해주는 일. 내내 까먹지 않고 해야할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