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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직장을 다닐 때, 나는 어떤 면에서 외톨이였다. 회사 사람들이 나누고 옮기는 말들이 싫었고 사내 정치에 휘말리기보다는 본업에 충실하며 사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혼자 점심을 먹는 날이 많았고 도시락이나 샌드위치, 김밥을 먹고 나면 시간에 남기 때문에 점심 산책을 많이 할 수 있었다. 그 산책길 중 하나, 회사 정문 길 건너편 작은 골목에는 오래된 작은 집들이 줄지어있었고, 나는 그 중에서도 파란 대문집을 좋아했다. 담장도 높고 언제나 대문이 꽁 닫혀있어 그 집 안을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빛 바랜 파란 대문과 담장을 오르던 담쟁이가 예뻐서 그 집 대문을 찍어둔 사진이 여러 장이다.

어제 문득 그 파란 대문집이 그리웠다. 이제사 돌아보면 나는 그 시절 외톨이로 지내며 나다운 나를 지키려고 애썼는지도 모른다. 내 나름의 고민과 판단을 다른 사람의 기준으로 흐리게 하거나 옳지 않은 일에 동조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사람들의 평가나 평판보다 나 자신을 믿었다. 꽤 외로웠지만 그 때 나는 그런 나를 좋아했던 것 같다.

이 일터로 온지 2년이 다 되어간다. 주눅들고 위축되었던 순간들이 제법 있었고, 여기서 내가 무슨 역할을 해야하나 잘 모르는 채로 학기를 보내곤 했다. 내 판단과 고민이 깊어지기 전에 평판에 마음을 기울였던 순간도 많았고 나를 침범하는 말과 행동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시간들도 있었다. 그리고 이런 나를 나 스스로 별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던 것 같다. 소명보다 직업에 내 마음이 더 가까이 가있었다. 더 중요한 건 어디서냐가 아니라 무얼 하고 있는가인데.

파란 대문집이 있던 그 골목길 산책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