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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 상담을 받으면서 나에 관해 새로운 것들을 알게되었는데 그 중 하나는 내가 스스로를 칭찬하는 데에 인색한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나의 성과들 앞에서 나는 늘 다른 사람들 덕분이라고 이야기하곤 했는데 그게 겸손만은 아니었던 거다. 스스로 열심히 유능하게 일하고 공부했기 때문에 얻은 성과라고 인정하지 못하는 나에게 상담 선생님이 물었다. 그걸 인정하게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두려운 거냐고. 울먹이며 대답했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잘난 척하는 사람, 교만한 사람이라고 비난할까봐 두렵다고. 그 뒤론 스스로를 부러 칭찬하려고 연습하곤 한다. 내가 노력해서 이룬 것들의 내 몫도 인정해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여름방학 때 하려고 했던 공부와 논문은 거의 진척을 못시켰는데 내일 개강이다. 비현실적이지만 진짜 개강. 목표로 삼았던 일을 제대로 못한 채 개강을 맞게 되어 상심하고 자책한다. 그러다 방학동안 내가 한 일들을 돌아본다. 아이를 거의 혼자 먹이고 돌봤다. 되도록 집에서 해먹이려고 노력하면서. 연구진들과 함께 수업을 하나 개발해서 내일 첫 수업을 앞두고 있다. 조인하고 있는 연구 면담을 두 번 진행하고, 마을교육 컨설팅도 두 번 클리어. 2주동안 계절 수업을 했고, 가족 여행을 두 번 다녀왔다. 달리기도 가끔 했고 요가수련도 꾸준히 하려고 애썼지. 무엇보다 즐겁지만은 않았던 탁구레슨도 방학 내내 받았고, 지도 학생 세 명을 졸업시켰네! 작은 연구회 모임도 끊어지지 않게 조인하고 내 일상의 연구자 커뮤니티들도 잘 유지했다. 끄앙 진짜 많은 걸 했던 방학이었네. 참 애쓰고 고생했네. 장하다, 잘했어. 그렇구나. 그러고보니 아프지 않고 잘 지내온, 지독하게 더웠던 날들의 나에게 참 고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