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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에걸리지않는/황홀한일상

기억

새빨간꿈 2009. 6. 24. 21:42

해가 길어 어둠이 오려면 아직도 멀기만 한 저녁,
얼굴과 이름만 아는 한 선생님의 부고를 듣고,
삶의 도처에 죽음이 있다는 진리를 새삼 피부로 오소소 느낀다.

문득, 죽을 때, 가장 마지막까지 내 것으로 남는 건 뭘까,
라는 의문문을 떠올려본다.

내 육신 조차도 내 것이 아닌 채로
묻히거나 태워지거나 썩어버리는 걸 생각하면,
아무 것도 남을 것 없는 삶이라는 게 깔끔하기도 하고 덧없기도 하다.

예상했든 아니든 죽음의 순간이 오면,
그 마지막 순간에,
나는 무엇을 붙잡으려고 할까, 가져가보려고 안달할까.

기억, 일 것 같다.
나의 뇌에 남아있는 어떤 순간들의 이미지들, 냄새들, 촉감들, 소리들.
유사 죽음을 체험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와 같이,
어떤 영상이 순식간에 나의 뇌에서 필름처럼 돌아갈 수도 있겠고,
한 두가지 지나온 시간들이 순간들로 내 뇌에 마지막으로 맺히겠지.
어쩌면 그것은 줄거리를 가진 사건이 아니라
단편적인 장면이나 냄새, 어떤 멜로디 같은 것일 수도 있겠다.

어떤 기억이 그렇게 맺힐까.
그것또한 삶이, 죽음의 순간에 이르기까지의 삶의 과정이
결정하고 구성하는 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