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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ㅅㅇ이랑 차 마시며 수다 떨던 중 그녀가 내가 물었다.

"너 졸업하면 뭐 할거냐? 취직 자리는 있냐?"

나는, 물론, 취업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그러나, 그럴 듯 하지 않아도,
뭔가 내가 세상에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매우 추상적으로 얼버무리고 있었다.
그러자 인도네시아를 필드로 논문을 쓰고 있는 그녀가 되물었다.

"나랑 인도네시아 가서 그들에게 잘 쓰이며 사는 건 어때?"

농담처럼 흘린 이야기지만, 이런 제안을 해주는 그녀가 왠지 고마웠다.

작년 겨울 인도에 갔을 때, ㅇㅈ 언니도 비슷한 제안을 했었다.

"나랑 딱 삼년만 여기 있는 가난한 여자들 지원하는 일 한 번 해볼래?"

그 땐, 난 논문도 써야 하고, 삼년은 너무 길고... 등등 머뭇거리는 마음이 많았는데,
돌이켜보니 이 제안도 참 고맙다.

곧 토론토로 떠나고, 나는 논문을 막 써댈 것이고, (희망컨대) 내년 즈음엔 졸업도 할 것이다.
졸업을 딱, 하고 나면 거센 물결에 휘말리듯, 선배들이나 친구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연구실적을 쌓고 연봉과 대우가 괜찮은 직장을 찾고 학교에 취직하기 위해서 정보와 경력을 모으게 되겠지.
왠지 그 때쯤 되면, 뭔가 다른 삶(alternative life/ another life)을 구상하기엔 삶의 속도가 이미 빨라져있을 것 같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꿈꾸고 구상하고, 씨스타들의 제안을 숙고하고, 나의 내일을 설계해야하지 않을까.

상상력을 해방시키고, 다른 사람들의 말에 귀기울이고, 논문에 푹 빠져서 그 속에서 헤엄치고,
매일 메모하고, 매일 나를 돌이켜보다 보면, 내년 즈음엔 어느새 괜찮은 지도가 그려져 있을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