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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생활 십팔일째 _ 2009년 12월 6일 일요일


지난 금요일 오후엔 캐나다 정부가 지정한 '기억의 날' 행사에 다녀왔다.
1989년 12월 6일, 몬트리올의 기술학교에 무장 강도가 나타났다. 그는 교실에 들어가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여 세운 뒤에 여성들만 한 사람씩 14명의 여성들을 쏘아 죽였다. 살인의 이유는 그들이 여성이기 때문. '몬트리올 학살'로 알려진 이 살인 사건이 있었던 이 날은, 그 후로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기억의 날이 되었다.


12월 6일, 기억의 날(Day for Remembering)


2009년 12월 6일은 몬트리올 에콜 폴리테크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 2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몬트리올 학살로 알려져있는 이 사건은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근절하고자 하는 국가적 노력의 촉매제가 되었습니다. 이 때부터 토론토 대학은 이 주제와 관련하여 연구와 교육 모두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왔습니다.
매년 대학은 이 14명의 여성들과 폭력에 의하여 죽어온 수많은 여성들을 기억하고, 토론토 대학의 구성원들에게 폭력을 근절하려는 노력을 배가하기를 요구했습니다.
'기억과 행동의 국가적인 날'을 기념하는 올해의 행사는 세 교정 모두에서 12월 4일 있을 예정입니다. 세인트 죠지 캠퍼스의 기념 행사는 하트 하우스 앞 작은 광장에 두 개의 벤치를 헌정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이 벤치들은 학생, 직원 그리고 교수들을 위한 장소로 이용될 것입니다. 이는 폭력에 의하여 영향을 받은 여성들의 삶을 기억하고 우리들 각자의 행동이 폭력을 근절시킬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기 위해서입니다.
토론토 대학의 여성국 코니 거버만은 "우리의 기념 행사는 과거를 기억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미래를 바라보기 위해서입니다. 폭력 없는 미래는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할 것입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세인트 죠지 벤치 헌정은 12월 4일 목요일 오후 12시 15분 하트 하우스의 대강당에서 있을 실내 행사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토론토 대학의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기를 바랍니다.

- Universiity of Toronto Bulletin, 2009년 11월 24일 화요일 3면 기사.



'기억의 날' 행사는 토론토 대학의 중심 건물 중 하나인 하트 하우스(Hart House)의 대강당에서 열렸다. 희생자들의 이름이 적힌 리본을 가슴에 단 100여명의 교수, 학생이 행사에 참여했다. 여성에 대한 폭력의 희생자들과 가족들이 고통과 치유에 대해 발언했고, 두어명의 교수가 관련 발언을 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 행사는 젠더에 기반한 폭력으로 희생당한 여성들의 명예를 위한 것이었다.

행사의 마지막은 위로와 초혼의 노래로 장식되었다. 뜻을 알 수 없는 가사와 끝도 없이 이어질 것 같은 북소리... 그 음율에 잠시 빠져들었던 나는, 내가 알았던, 사랑했던, 혹은 죽음으로 비로소 알았던, 이미 이 세상을 떠나버린 여자들을 떠올렸다. 그들의 죽음에 슬퍼하거나 분노하거나 원망하거나 절망했던 내 부정적인 감정들의 끝에, 우연히도, 이 노래를 만나게 된 것만 같았다.

그날 저녁엔, 집에 와서 인터넷 기사를 보다가, 또 우연히 이 구절을 맞닥뜨렸다.

"오래 살아남는 게 최고야. 우리는 적어도 우리를 고용했던 사람들보다는 오래 살아남았잖아."
                                             - <데브라 윙거를 찾아서> 중 우피 골드버그의 대사.


슬픔이나 분노, 원망과 절망이 지나간 자리엔 그녀들의 명예를 기리고, 그들의 죽음과 삶을 노래하고, 살아남아있음을 긍정할 수 있는 순간이 올 수도 있겠다, 하고 기대를 해보게 된다. 오늘 오후에 갔던 선련사의 법회에서, 명상을 하던 중에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는데, 딱 두방울의 눈물이 또르르 뺨을 타고 흘러내리고 나니, 마음이 이상하게 가볍다. 고통과 우울을 지나서, 그 다음 순간이 언젠간 찾아오겠지 하고 믿어보고 싶다.



오늘은,
아침기도, 영어공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