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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010, 토론토 일기

Boxing Day Sale

새빨간꿈 2009. 12. 27. 12:23


토론토 생활 삼십팔일째 _ 2009년 12월 26일 토요일


드디어, 오늘이 박싱 데이(boxing day)!

토론토의 온갖 신문과 뉴스, 광고지에서 떠들석하게 예고하던 그 날!
쇼핑몰들은 아침 일찍 문을 열고 사람들은 어깨와 어깨가 부딪힐 만큼 몰려들어
쇼핑 전쟁을 한다는 날.


어젯밤 잠들기 전, 박싱 데이 세일에 아침 일찍부터 가기 위해 자명종을 맞춰놓았다.
근데 쇼핑이 절받하지 않았던 것인지 늦잠을 자고...
점심 때부터는 생리통이 시작돼서...
오후 두시가 돼서야 집을 나섰다.
이렇게 늦게 가면 쇼핑몰의 물건들 다 팔리고 한산하겠다, 그래도 구경이나 하자 하면서.

그러나, 막상 다운타운의 이튼 센터에 도착하니, 지하철역에서부터 인산인해.
세일을 많이 하는 상점 앞에는 거기 들어가기 위해 줄을 길게 늘어서고,
쇼핑몰 전체는 빨간 색 바탕의 세일! 세일! 세일! 로 도배를 한 것 같다.
길바닥이건 쓰레기통 옆이건 쇼핑백을 가득가득 든 채로 탈진한 듯 앉아있는 사람들도
여기저기서 보였고, 어떤 브랜드 가게 안에는 계산을 하기 위해 줄을 길게 늘어서기도.



사실 나도 세일가에 옷 하나 사볼까 하고 두 군데 브랜드에 들러 좀 헤매고 다녔다.

근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옷 하나도 못/안샀다.
우선 세일가에 파는 옷들이 다 허접했고, 계산을 하기 위해 길고 긴 줄 끝에 서서 기다리는 게
싫었고, 내가 사고 싶은 옷들은 하나같이 세일 제외 품목으로 비쌌고,
무엇보다 서울의 내 옷장에 걸려있는 수많은 옷들이 자꾸 눈앞에 아른거려서...ㅋ



쇼핑몰에 세시간 쯤 있었나... 별 소득(?) 없이 집으로 오면서, 마음이 좀 가벼웠다.
세일하는 곳에 가면 제일 큰 유혹은 지금 당장 필요 없어도 싸게 팔 때 사놓자, 하는 건데
오늘은 그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다는 게 다행이다.
엄청난 인파와 물건 사기 전쟁터를 구경한 것도 참 인상적이다.
박싱 데이의 유래가 크리스마스 다음날 가난한 사람들 가지라고 선물과 음식을 박스에 담아
집 현관 앞에 내어놓는 것이라고 하던데, 지금의 박싱 데이는 회사들이 그동안 못팔았던
상품들을 박스에 담아 막 풀어놓는 것이 돼버렸네.
토론토 서민들은 이 박싱 데이 세일 덕분에 좀 보탬이 되려나,
아니면 되려 회사들의 세일 속임수에 넘어가는 것일까...



오늘도, 아침기도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