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2009-2010, 토론토 일기

일상

새빨간꿈 2010. 1. 9. 11:05


토론토 생활 오십일일째 _ 2010년 1월 8일 금요일


오늘, 토론토 대학 체육관에 등록을 하고, 두 달여 만에 운동을 했다. 필라테스 수업 들어갔는데 간만에 해서 그런지 무지 힘들더라. 게다가 동작 설명을 잘 못알아 들어 강사가 하는 걸 자꾸 힐끗 대느라 정작 내 동작에는 집중을 잘 못했다. 필라테스는 내 호흡과 동작 그리고 몸에 집중해야 하는 운동인데... 앞으로 몇 번 더 해보면, 이것도 나아지겠지, 한다. 
체육관 같은 곳에서 운동할 때, 제일 기분 좋은 순간은, 샤워하고 옷입고 거리로 나서는 딱 그 순간인 것 같다. 그 순간, 몸은 노곤하고 머릿 속은 말갛고 뱃속은 가볍고 바깥 공기는 차갑다. 게다가 오늘 체육관 샤워장의 사우나는 한국 목욕탕을 떠올릴 만큼 좋았다. 그렇게, 조금 피곤하고 차분하고 맑은 기분으로 토론토 대학 교정을 가로질러 센터에 갔다. 한 두어 시간 더 공부를 하고 귀가하자, 라고 스스로를 유쾌하게 다그치면서.

그동안, 지하철 타고 다니는 법, 학교 도서관 이용하는 법, 가게에서 물건과 술 사는 법, 은행 계좌를 만들고 돈을 찾고 체크 카드를 이용하는 법 등을 배우고, 괜찮은 식당과 식료품 가게, 재래시장을 알아내고, 도서관 어느 자리가 공부하기에 좋은지 파악하고, 친구들과 약속 잡고 그들과 시간을 보내는 법을 익히고, 이제, 규칙적으로 운동 할 수 있는 조건까지 마련해뒀다. 청강 수업을 듣는 목요일을 기점으로 운동할 시간, 수업 준비할 시간, 조금 놀아도 되는 시간, 논문 작업할 시간을 배치하고, 규칙적으로 반복적으로 매여서 살아가게 될 내 일상. 이런 게 지긋지긋하게 싫어서 도망치고도 싶었는데, (변태같이) 이렇게 돌아갈 시간들에 조금 흥분이 된다. 이것도 일종의 습관이겠지? 그렇다 해도, 지금 이대로가 좋다.

간만에 운동 해서 그런지 저녁 먹고 나니 피곤이 막 몰려온다. 주인집 아주머니 아저씨는 초저녁 부터 말다툼 중이고 책상 앞에 앉아있는 양은 오늘 못다 읽은 영어 아티클 읽느라 정신이 없는데... 나는 이만 씻고 자야겠다. 눈꺼풀이, 어깨가 너무 무거워...




오늘은,
아침 기도, 운동, 영어 작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