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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010, 토론토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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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빨간꿈 2010. 3. 8. 07:26

토론토 생활 백구일째 _ 2010년 3월 7일 일요일


돌아왔다. 이박삼일 예정으로 떠나선 칠박팔일만에 돌아왔다.
밤새 달려온 버스가 버팔로에 정차했을 때, 선잠을 자다가 문득 생각했다.
아, 이제 집에 다왔네... 그 때 내 머릿속에 떠오른 영상은 남부순환도로 낙성대 사거리 근처.
새벽녘의 그 거리는 차고 한적했다. 저 길을 따라 가면 봉천동 내 집에 다다른다,
뜨끈하게 보일러 켜 놓고 한 숨 더 자야지, 하다가 정신이 번뜩 들었다.
지금 귀가 중인 '집'은 토론토의 내 방이구나, 하고.

열시간만에 버스는 토론토에 도착, 아침 9시부터 다니는 지하철 첫차를 기다리느라
다운타운의 브런치 식당에 가서 아침 식사. 사람 버글 거리는 대도시 뉴욕에서
여기 돌아오니 한산하고 조용하고 작고 익숙하다. 여기도 집이구나, 어디든.

방에 돌아와 짐 풀고 씻고 여행동안 자란 손발톱 깎고, 아침 기도 하려다가, 잠깐만,하고
침대에 누웠는데 깨보니 오후 세시 가까워온다.
내 뱃속처럼 냉장고 안도 텅텅 비어 있어서, 비상식량 봉투에서 라면을 꺼내 끓여먹고
간망에 일기를 쓴다. 뉴욕여행도 날마다 조금씩 기록해두긴 했고, 사진도 많은데,
언제 밀린 일기를 쓸 수 있을진 모르겠다.

오는 목요일엔 <여성과 고등교육> 수업에서 짧은 발표를 하기로 했고
내일은 여성의 날 행사도 있는 것 같고, 밀린 논문 작업도 생각하면 머리가 무겁다.
토론토 생활을 잠깐 멈추고 나만의 브레이크를 즐기고 돌아오니,
여기서의 일상의 속도도 가볍지만은 않다.
여기도 그러니 집,인 셈이다.


오늘은 아침기도, 영어 문장 외기, 짧은 스트레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