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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생활 백이십일째 _ 2010년 3월 18일 목요일

지난 번 김동춘 교수 강연 이후 메일링 리스트 등록을 했더니 Munk Center 에서 꾸준히 이벤트 안내 메일을 보내주고 있다. '국제학(international studies)' 관련 전공과 센터들이 모여있는 (국제학은 뭐고 지역학은 뭔지. 그 차이는 뭔지... 암튼 요즘은 지역학이라는 말보다는 국제학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쓰는 듯) 이 센터는 꽤 다양하고 많은 행사들을 하고 있는데, 재밌게도 젠더 관련 논의는 거의 없다. 그리고 여기서 하는 아시안 관련 행사는 대부분 중국이나 인도에 관한 것들이다. 


ㄴㄹ의 표현처럼, 한국은 서구의 입장에서 볼 때, 알 필요가 없는 나라. 그런데도 가끔 한국 관련 논의들이 있다. 그 논의들의 공통점은 한국 전쟁, 북한, 통일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것. 한국 사회에서 나고 자라온 나에게 한국의 역사와 변화상은 구체적인 만큼 울퉁불퉁하지만, 이들에게 한국은 아직도 분단된 나라, 끝나지 않은 전쟁 (여기에 덧붙이면 청산되지 않는 일본 식민지 유산) 정도로 요약되는 듯 하다.

오늘 강연은 미국 출신의 여성 박사인 Sheila Myyoshi Jager 가 했다. 구글 검색해보니 저서도, 논문도 활동도 꽤나 적극적으로 하는 듯. (강연 끝나고 잠깐 메일 주소를 받았는데, 한국어도 꽤 잘하더라.)
오십프로 정도 알아들었을까. 단어 중심으로 들리는 영어 강연을 가지고는 미국인인 그녀의, 한국 전쟁과 통일 관련 정치적 입장을 탐색하기 어렵다. 강연 후 나온 몇 가지 질문에 대한 그녀의 대답은 이런 식의 중립 지키기로 일관되는 것 같다: 통일이 언제될지는 나도 몰라요. 대부분의 남한 사람은 통일을 바라지 않죠. 미군의 남한 주둔에 대한 내 입장은... 아 그 문제는 매우 복잡한 문젭니다... 뭐 이런 식.

한국 내에서 이루어지는 통일 관련 담론과 달리, 남한과 북한, 중국과 미국, 러시아와 일본의 권력 구도를 보다 거시적인 관점으로 다루었던 오늘의 논의 속에서 소위 전문가 다운 포즈로 질문하고 아는 척하고 참견하였던 사람들은 대부분 백인 남자들이었다. 그들은 자신들끼리 눈빛을 주고 받으며 때로 낄낄거리기도 했다. 당사자인 한국인들에겐 지속되고 있는 어떤 고통에 관한 이야기를 저렇게 제 3자 답게 할 수 있다니. 게다가 오늘 우루루 몰려왔던 토론토 대학 한국 학생들은 질문 한 마디 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바로 그 강연장에서,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한국인 연구자인 나,의 위치와 존재 방식이 꽤 복잡하고 혼란스럽게 - 드글드글하게 - 다가왔던 순간들.







오늘 강연자에 대한 웹 상의 정보들 중 두 개:
http://www.strategicstudiesinstitute.army.mil/pubs/people.cfm?authorID=628
http://muse.jhu.edu/journals/new_literary_history/v029/29.1jager.html


오늘은 아침기도, 영어 문장 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