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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010, 토론토 일기

봄이 더디 온다

새빨간꿈 2010. 4. 14. 09:51
토론토 생활 백사십육일째 _ 2010년 4월 13일 화요일


1. 결단, 새벽 5시

종강 이후, 조금씩- 조금씩- 잠자는 시간은 늘고 도서관에 있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던 중,
어젠 급기야 아홉시간을 넘게 자고 정오 넘어 등교...ㅎ
논문 진도가 느려 매일 조바심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던 차, 어제 저녁에 결단!을 내렸다.
아침 5시 기상,을 시도해보자!!!
그래서 오늘 아침엔 진짜로 5시에 일어났다. 덕분에 하루가 아주 길어지더군.
근데 종일 졸려서 멍. 소리도 잘 안들리고 말도 잘 못하겠고, 무엇보다 머리가 안돌아가...ㅜ
인터뷰 녹취 하는데 귀로 듣는 거랑 전혀 다르게 타이핑 하고 있는 나를 반복해서 발견.
다섯시쯤, 아직도 해는 중천에 있는데 집에 와선 저녁 밥 후다닥 차려먹고 일찌감치 씻고
침대에 누워본다. 일기도 지금 겨우 쓰고 있는 거임...ㅋ


2. 옷과 음식

서울도 봄이 더디 온다는데, 여기도 며칠째 춥다. 날씨는 화창해도 바람이 차가운.
겨울 옷만 가져와서 요즘 같은 날씨에 입을 외투가 없는데,
떠날 날이 다가와 통장도 비어가니 뭐 살 수도 없고, 이옷 저옷 껴입고 그냥 댕긴다,
이런 때일수록 '(자칭 왕년의)패셔니스타'다운 창의력을 발휘해보자... 이러면서. 후.
게다가 요즘 들어 간절히 생각나는 한국 음식 리스트는 늘어가는데 집주인 아줌마는
부쩍 냄새 많이 나는 요리들(생선찜, 돼지 갈비, 김치찌개...) 많이 하시네.
오늘은 딸+사위 방문해서 바로 문 밖에선 만찬과 만담이... 난 졸려서 헤롱헤롱..ㅋ


3. 봄은 더디와도 시간은 간다

지난 겨울엔 참말, 시간이 안 갈 것 같던데, 어느새 봄이고, 곧 여기를 뜬다.
요며칠, 뭔가 떠나는 게 아쉬워 마음이 바닥에 가 붙어있었는데
더딘 봄에 옷과 음식 불편에 그리운 사람들 자꾸 떠올라서, 점점 떠날 날을 반기게 된다.
여기서 만난 몇 친구들과는 조금 서운한 이별을 할지도 모르겠지만,
가슴 아래가 짠하게 아쉽고 안타까운 건 아마, 한참 후에야 찾아올 것만 같다.
시간이 일직선으로 연결된 것은 아니고, 지금-여기서 누릴 수 있는 건 한정돼있으니,
그저 이 순간을 살아갈 밖에, 그 만큼 빛난 이 순간을.




오늘은 아침기도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