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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010, 토론토 일기

봄날 하루,

새빨간꿈 2010. 4. 22. 11:52

토론토 생활 백오십사일째 _ 2010년 4월 21일 수요일

청강하던 수업 종강하고 몇일 빈둥거리고 뭐 했는지 기억 안나는 날들이 좀 지나고... 나니, 어느새 토론토 생활도 한달 정도 남았다. 한달 남았다 생각하니 저절로 조바심이 생긴다. 해야할 일들, 챙겨야할 것들을 리스팅하고, 토론토 떠난 이후의 일정들도 바쁜 마음으로 세워보게 된다.

우선은, 여기 와서 늘 친구 없어 심심하다, 생각했었는데 막상 떠나려니 한번쯤은 만나 갈무리해야할 인연들이 있다. 이번 주~다음 주는 그런 만남들이 많다. 어젠 양의 친구의 친구의 친구인 Ken, 오늘은 OISE 박사과정 Jeff, 내일은 나와 양의 클래스메이트였던 Janie, 금요일엔 '드디어' 나이아가라 폭포에 가기로 했고(왜 '드디어'냐면, 토론토 제일의 관광지가 나이아가라이기 때문. 아마 오개월이나 지나고 찾아가는 사람은 드물 듯ㅋ), 다음 주 화요일엔 Sandra 선생님과 점심 식사... 같은 약속들.

다음은, 여기서 불어난 짐들 챙겨서 서울로 부치고(선박으로... 한 달 쯤 걸린다니 서울 도착해서 받게 될 듯), 가져갈 필요가 없는 물건들 처분하는 일, 식구들 선물 마련하는 일 같은 것들. 떠나올 때도 한참 걸려 이것 저것 챙겨왔듯이 돌아갈 때도 비슷한 절차들이 있구나. 어찌보면 귀찮고 성가신 일들이라 미루기 쉬운데, 그럴 수록 미리 해치우고 가볍게 지내보려는 중.

토론토 떠나기 전에 가보고 싶은 곳, 하고 싶은 것들 리스팅 해뒀는데, 하마터면 많은 것들을 놓치고 가겠다 싶다. 논문 작업은 예정한 것의 반의 반도 못했는데, 이건 매일 매일 마음이 무거워졌다가 가벼워졌다가를 반복하고 있다. 마음이 바빠지면 호흡이 가빠지고 걷는 속도가 빨라지곤 한다. 요즘은 걷는 속도-호흡-마음의 순서로 바빠지고 있는 나를 관찰해보는 연습을 한다. 그리고, 생각이 미래의 어느 시점까지 순식간에 쫓아가도 내가 살고 숨쉴 수 있는 것은 딱 지금 이 순간 뿐이라는 사실을 기억해본다. 

오늘은 아주 화창한 낮이었다가 늦은 오후엔 소나기처럼 비를 뿌렸다가 저녁엔 바람불고 춥더라. 토론토 날씨는 대체로 음습하고 차가운 게 특징인데, 거기다 변덕스럽기까지 하다. 오늘, 한참 바람부는 저녁 거리를 걸었더니 몸이 아직도 차다. 얼른 따뜻한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야지. 오늘 못다한 일은 내일로 미루고.ㅎ


오늘은 아침기도, 영어 읽기, 요가(5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