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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생활 백육십삼일째 _ 2010년 4월 30일 금요일

금요일 오후 학교는 늘 한가하다. 도서관들도 일찍 문을 닫고, 학생들도 잘 안뵌다.
오늘은 더 한가한 듯. 학기말 시험도 끝났고, 학생들의 계절은 벌써 여름 방학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덕분에, 한가한 교정을 거닐고 사람 없는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텅 빈 학교 수영장에서 운동했다.
좋다, 비어있음이 주는 여유. 그리고, 서울에선 거의 대부분의 공간이 늘 복작였던 걸 기억해내게 된다.

학교 수영장은 수심이 얕은 곳은 2.3미터, 깊은 곳은 4.5미터.
내 키보다 깊은 물에서 수영 해본 적이 없는 나는 여기 오면 괜히 긴장이 된다.
처음엔 허리에 매는 스펀지를 하고 떠 있다가 조금 지나면 그걸 벗고 입영을 연습한다.
다리로는 물을 차고, 팔로는 물을 가른다. 말로 하면 쉬운데 실제론 엄청 힘들다.
어느 순간, 다리나 팔의 움직임을 멈추면 정직하게도 꼬르르 가라앉는다.
그 가라앉는 순간에 두려움이 확 밀려오기도 하는데,
그럴 땐 예외없이 어푸어푸 하면서 수영장 물을 코와 입으로 들이키게 된다.ㅋ
한순간, 아 맞다 팔다리를 다시 움직여보자 하고 리듬을 되찾으면 정직하게도
다시 몸이 꼬르르 떠오른다.

깊은 물 속에서 떠 있으려면,
쉴새 없이 팔다리를 움직여야 하고, 이 깊은 물에 빠지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을 덜어내야 한다.
때로 팔다리 움직이는 게 귀찮아지기도 하고, 퍼뜩 두려움에 빠져버리기도 한다.
깊은 물 수영 연습을 많이 하다보면, 팔다리 움직임도, 두려움 없는 마음 상태도 자동화되겠지.
아직 연습 단계에선, 의식적으로 이 두 가지를 잘 기억해야 한다.

가끔은 낯선 곳에서 영어로 이야기하며 살기가 깊은 물 속에 떠있는 일 같다.
어쩌면 공부를 하면서 사는 일도, 글을 쓰는 일도, 뭔가 도모하며 사는 일도 그렇겠지, 싶다.




오늘은 아침기도와 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