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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010, 토론토 일기

D-1

새빨간꿈 2010. 5. 20. 05:10

토론토 생활 백팔십이일째 _ 2010년 5월 19일 수요일

짐을 싸도 싸도 끝이 없다. 오전 열한시쯤 시작해서 오후 세시가 넘어서야 짐싸기 완료.
씻고, 피곤한 몸을 끌고 다운타운으로 나갔다. 날씨는 죽여주는 햇살에 덥다.
다들 여름 옷 차림에 이번 주말부터 시작되는 긴 연휴에 조금 설레는 분위기. 내일 이 도시를 떠나는 내게
이런 날씨와 분위기는 그저 지나가는 관광지의 풍경 같다.
ㅂㄴㅁ 아줌마와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학교 근처 편의점에 들렀고, 크리스티 역 근처에 가서
곰탕 한 그릇을 배부르게 먹었다, 몇 주전 ㄴㄹ 언니랑 갔던 그 곰탕집.
짐싸기의 피로를 덜어줄만큼 식사는 훌륭했고, 아 너무 많이 먹었다 하며 블로어 길을
한참 걸었다. 지난 겨울이 시작될 즈음부터 지금까지 가장 많이 걸었던 길, 하필이면 이 길 위에서
토론토와 작별 인사를 하네. 스쳐지나가는 기억들, 그리고 지금의 나.
여기서의 모든 순간들이 곧 지금 이 순간의 나와 오버랩이 되었다가 분리되었다가를 반복한다.
어쩌면 하룻밤의 꿈처럼, 순간으로만 지나가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일, 새 여행을 떠난다.
베를린에서의 이 주 반, 캐내디언 록키에서의 일주일, 그리고 벤쿠버에서의 며칠.
아마 오랫동안 이런 긴 방학은 없을 듯. 그리고 새롭고 오래된 사람들을 또 만날 것에 가벼운 흥분!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고, 순간 순간에 깨어있으며 느낄 기쁨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오늘은 아침기도만.






춥고 음산하고 지저분한 도시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좀 아쉽다.
특히, 내 마음을 끌었던 이 도시의 몇 장소들 그리고 여기서 만난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