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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구실을 같이 쓰는 사람 중에, 유난히 소음을 내는 이가 하나 있다.
신발도 질질질질 끌고 다니고 문은 꽝꽝, 책상에 책을 놓을 때도 탁탁,
공부가 잘 안될 땐, 노트북 자판이 튀어나올 듯 쎄게 타이핑 한다.
다른 사람들은 괜찮은 것 같은데 유독 나는 이 사람 소리가 그렇게 거슬린다.

2.
매일매일 학교에 나와서 책상 앞에 앉아있는 것, 습관처럼 하고 있지만.
어떤 날은 공부가 너무 잘돼서 곧장 논문을 완성해버릴 기세였다가, 
또 어떤 날은 '논문을 과연 써야만 하는가?'에 대해 심하게 고민한다.
이렇게 왔다갔다 하면서 뭔가 축적이 되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3.
토론토 생활을 마무리했던 5월 초순 이후로 규칙적인 운동을 안하고 있다.
여행 다니느라 어영부영 미루기도 했고, 갑자기 돌아온 서울 날씨가 너무 덥기도 했고.
다시 운동해야지 하고 있던 차 ㅇㅊ가 발레를 한다는 정보를 입수, 나도 나도!
구민체육관에서 싼값에 일주일 두 번. 새로운 세계에 입문한다는 거, 생각보다 기대되는군.

4. 
간만에 캐내디언 로키 여행 사진을 찾아 봤다, 아침에 학교에 도착 하자마자.
이제는 세세하게 기억도 잘 안나는 이곳 저곳의 지명과 그 때의 공기들, 기분들.
내 안의 어딘가에 있던 그 때의 기억들이 어렴풋이 다가왔다.
여행은, 장면들과 냄새들과 기분과 느낌들을 저장해두는 일이로구나, ^-^

키 큰 나무들이 울창한 숲에서 이렇게 쭈그리고 앉아서,
요 사진을 찍었다, 모든 것이 촉촉하게 젖어있던 그 숲 속.

5.
코스모스 졸업식이 한창이다, 요즘. 졸업가운을 입고 부모님 형제 자매 조카 아이들과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모습이 유난히 낯설다. 저들의 미소 속에 뭐가 녹아있는 걸까.
그동안의 노고에 대한 감회와 학위에 대한 기대감? 아니면 여러 사람들에 대한 감사함?
이 장면들이 나에겐 영영 오지 않을 일처럼, 멀게만 느껴지는 건, 논문 쓰기 싫은 마음 때문일까.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