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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지 두달 좀 넘었을 뿐인데, 그 곳에서 보냈던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까마득하게 멀다. 너무 추워서 몇 겹의 옷을 입고도 오들오들 떨기 십상이었던 겨울 날씨도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 그러니 여행 사진을 꺼내 볼 때마다 새삼스럽다. 아, 그 때 이런 곳을 다녔구나, 그 때 기분은 그랬었지, 날씨는 또 어떻고... 기억 속 깊은 저장고에서 온갖 감각들을 되살려내는 과정.

2월 중순, 한창 추울 때 나섰던 몬트리올. 퀘벡까지 가볼 껄, 차비도 그렇고 숙박비도 그렇고... 하면서 여기서 이틀을 묵는 걸로 만족했다. 사진 속의 거리는 구 몬트리올이다, 프랑스인들과 영국인들이 처음으로 정착했던 곳. 유럽식 건물과 거리들이 관광 포인트라고들 하던데, 한 마디로 꼬질꼬질하다. 흐린 겨울 날씨라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유럽을 떠나온 사람들이 고향의 건축 양식과 분위기를 애써 재현했다는 정도라 감흥이 별로 안생기더라. 엔틱 샵이라고 해서 들어가본 곳들은 온통, 국적이 어딘지도 모를 동양의 물건들. 한국의 인사동이나 인도의 관광지에서 정말 싼 가격에 샀던 물건들도 불상이나 중국 인형들과 함께 막 섞여있었다.

몬트리올에선 몽트리얄 산에서의 야경이 제일 좋았는데. 거기 사진은 온통 흔들렸더라. 그 산에 올라가려고 한밤 중에 불어도 못하는 사람들이 알지도 못하는 버스 잡아타고 갔었지. 온 바닥이 다 얼음으로 꽁꽁 덮혀있어서 미끄러질까봐 조심조심 걸으면서도 제법 노래도 부르고 기분 좋은 흥얼거림으로 돌아왔던 기억이. 하룻밤 묵었던 브리짓의 집에선 밤이 늦도록 영어와 불어 스페인어와 일본어 통사 구조에 대해 얘기 나눴다, 안되는 영어로 버벅대면서. 브리짓 친구가 다음날 언어학 시험을 쳐야했는데, 그 때 나눴던 얘기들이 시험에 도움이 됐나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