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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논문 일기

0224, 木

새빨간꿈 2011. 2. 24. 23:13


1. 오전 열시가 채 안된 아침, 우체국에 가서 편지들을 부치고, 서점에서 한 시간 쯤 이책저책 기웃댔다. <오래된 미래>의 새 양장본은 그럴 듯 해보이지만 별로 안이뻤고, 한 장 한 장 넘기며 본 <잎 속의 검은잎>은 마음을 충만하게 만들어줬다. '빈집' 바로 다음 시가 '먼지투성이의 푸른종이'라는 걸 발견, 한 단어씩 천천히 읽어내려 가는 게 좋아서 한참 시집을 붙잡고 서 있었다. 여성학 책장으로 이동해서는 몇 권의 책 목차를 쉬리릭 빠르게 검토하고 몇몇은 메모메모. 교육학 책장에서는 사토 마나부와 조한혜정 선생님 책을 만지작만지작 했다. 최근에 번역된 교육사회학 논문집에서 딜라보어가 쓴 몇 단락을 좀 읽다가, 엉뚱하게도 <교실이 돌아왔다>를 즉흥 구입. 논문도 논문이지만, 수업의 아이디어를 던져주는 텍스트들을 지금 필요로 하는구나. 이른 아침 서점 방문으로 방전된 아이디어 배터리 충전!

2. 며칠, 잠을 좀 못자고 많이 움직인 까닭에 오늘밤 무지 피곤하다. 변태같지만, 가끔은 이런 피곤함이 좀 좋다. 내 에너지의 바닥까지 퍼올려 쓰고 나면 또 뭔가 곧 다른 종류의 에너지들이 채워지겠지 은근 기대가 되는. 

3. 장욱진 20주기 전시가 있다는 걸 오늘 발견했는데, 일요일에 끝난단다. 금토는 일이 있고, 일요일은 오전에 세미나가 있다. 두 세시간 들러도 좋을 것 같은데, 전시 마지막날 오후 쫓기듯 보는 게 좀 꺼려지기도. 장욱진 그림을 처음 본 게 시립미술관이었는지 리움이었는지 기억이 잘 안난다. 그래도 한눈에 좋아서 기억해두자, 장, 욱, 진, 했던 그 순간이 떠오른다. 또 언젠가 그렇게 마주치는 일이 있겠지.

4. 봄이 살금살금 오고 있는 게 참 좋다. 어깨를 움츠리지 않은 채로 달리기를 맘껏 할 수 있고, 먼지 쌓인 자전거를 꺼내 타고 다닐 수 있는 계절.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