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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논문 일기

0306, 日

새빨간꿈 2011. 3. 6. 23:34


 

1. 몸이 좀 안좋아서 오전엔 골골. 오후엔 강의계획서 확정을 목표로 내내 붙들고 있었는데 좀전에 겨우 완료했다. ('인터넷 서핑하면서 할일 미루기' 종목이 있다면 금메달 자신있다.) 수업의 방향을 정하고 꼼꼼하게 구체적인 부분들을 디자인한 뒤 예쁘게 편집까지 하고 나니, 새롭게 만날 학생들이 본격 기대되는군. 수업이라는 건, 완벽하게 하려면 한없이 부담스럽지만, 실험하고 연습한다 생각하면 한 학기 내내 노는 기분으로 진행할 수 있는 묘한 것. 실은 논문이나 다른 일들도 비슷하겠지. 수업을 진행하는 과정이 내 공부와 삶에 자극을 주고 나라는 인간을 성장시켜주는 계기가 된다는 게 좋다. 이렇게 보면, 참 감사한 일이다, 가르칠 수 있다는 것.

2. 나의 이십대를 함께 보낸 (몇 안되는) 소중한 인연 중 한 명인 퐝여사가 일요일 밤 (사람 없고 춥고 황량한) 학교 방문을 한다며 봉천동에 납셔주셨다. 낙성대 역 근처에서 쌀국수 한 그릇씩 먹고 추억의 버들골을 잠시 방문 후, 학교 안 까페에서 차 한잔+수다 오백개 정도 나누고 갔다. 두어 시간 놀다 갔을 뿐인데, 마치 둘이 손잡고 과거의 어떤 모퉁이들을 천천히 산책한 것 같은 기분. 솔직하고 담백하게 나의 지금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고, 다가올 시간들에 관해 건강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은 관계. 무슨 복을 지었길래 이런 인연들이 내 옆에 있나, 싶다. 나이 들어갈수록 더 멋지고 단단해져가는 나의 씨스타들. 언제나 당신들을 응원해.(하트 뿅뿅)

3. 삼월도 두번째 주로 접어드는구나. 시간이 휘릭휘릭 간다. 가끔, 습관처럼, 논문을 예정된 기간 안에 다 쓸 수 있을까 두려움이 몰려오곤 한다. 긴 글을 쓴다는 건 시간과의 싸움, 나와의 싸움이다. 초조하고 긴장하는 사람은 싸움에서 질 확률이 높다. 몰입하고 즐길 것.

4. 오늘 겨울잠 자던 개구리가 나온다는 경칩인데, 내일부터 또 꽃샘추위란다. 그래도 봄은 온다. 보이지 않아도 자라는 나무들처럼, 기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