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2011, 논문 일기

0314, 月

새빨간꿈 2011. 3. 14. 09:49

 
1. 흐린 날엔 음악이 더 잘 '느껴진다.' 흐린 봄날, 아침부터 같은 음악을 반복해서 듣는다. 들을 때마다 좋다. 변태처럼 반복, 또 반복. 가만 보니 난 좀, 촌스럽게도, 드라마틱한 곡을 좋아하는 것 같다. 심각함과 가벼움, 어두움과 밝음이 왔다갔다 적절히 잘 배합된. 자자자장! 하면서 너무 장중해도 싫고, 짜자잔~ 너무 화려해도 싫다. 그래서 베토벤 교향곡 7번 2악장이 좋다. 다른 악장들은 지나치게 장중, 심각하거든. 사람도 그런가, 싶다. 지나치게 확신에 차있거나, 심하게 머뭇거리거나 대책없이 화사하면 매력을 못느끼겠다. 분명 아주 스마트한 사람인데, 그럼에도, 이것과 저것을 두고 좀 망설이고, 좀 헷갈려하고, 좀 판단을 유보하는 듯한 사람을 보면 확 끌린다. 그건 아마 나라는 인간이 어떤 순간엔 지나치게 확신에 차있거나, 그 반대로 무지 디프레스트돼는 양극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거다. 내가, 담담하게 망설이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느낌을 주는 사람에게 더듬이가 쫑긋, 하는 거다.

2. 세계의 한 편에서는 대재앙이 일어나고 있는데, 여기 이 일상은 평안하다. 심지어 봄이 오는 느낌에 마음이 설렌다. 오늘 읽은 김여진씨 인터뷰에서 괴롭고 슬픈데 행동하지 않으면 죄책감만 남을 뿐이라 하던데. 그런데 일본인들이 겪고 있을 그 절망과 두려움이 잘 가늠이 안되어서, 실은, 이렇게 멍하니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3. 논문 진도가 느릿느릿 거북이 걸음마다. 그래도 매일 한 발짝씩은 나아가고 있으니 포기만 하지 않으면 끝에 다다르리. 조바심과 두려움. 여기에 먹히지만 않는다면.

4. <위대한 탄생>과 <나는 가수다>를 열심히 본다. 두 프로그램 모두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무대에서 집중하는 (예비) 歌手들의 노래를 듣는 순간이 좋다. 새삼, 세상에 노래 잘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좋고, 그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게 고맙다. 생전 처음으로, 요즘, 예쁘게 생긴 사람보다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이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