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그 여행의 마지막 날 밤, 간만에 뜨거운 물로 천천히 샤워를 하고 와인을 마시고 푹 잤다. 그 때 마신 와인 맛은 기억이 잘 안나는데, 그 피로감, 아쉬움, 그러면서도 느껴졌던 충만감 같은 것은 선명하게 떠오른다. 다음날 아침, 부은 눈으로 일어나 분주하게 짐을 다시 싸고, 미련 때문에 긴여행 내내 들고 다니던 낡은 플랫슈즈를 버렸다, 기념 사진 한 장 찍고서. 그래서 Banff는 언젠가 다시 돌아가 새 신 한켤레 사야할 내 마음의 도시가 되었다. Jasper 공항으로 돌아가는 길, 날이 너무 짱짱하게 맑아서 괜히 심술이 났던 것 같기도. 언제 여기 다시 올 수 있을까. 모든 순간은 돌이킬 수 없이 지나가버릴 뿐인데,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길고 넓은 길을 막막 달렸다.

꿈 같았던, 숲속에서의 시간들이 이렇게 마무리 되었구나. 이제사 그 때 사진들을 다시 꺼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