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2011, 논문 일기

0320, 日

새빨간꿈 2011. 3. 20. 23:05


1. 가까운 두 사람이 데드라인이 내일인, 짧지 않은 글을 쓰고 있다. 둘 다 잘 쓰고 싶고, 잘 써야 하는 글들. 발등에 떨어진 불을 두고 글을 쓰는 그 마음을 잘 알기 때문에, 어디 멀리 안가고 주변에 머물러 있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언제든 나 이용 쿠폰'을 발급. 잘들 이용해주시길.

2. <나는 가수다> 덕분에 이소라의 노래들을 다시 찾아듣고 있다. 유튜브에 있는 동영상들을 보면, 이소라의 노래 부르는 모습은, 특히나 슬픈 노래를 부르는 장면들은 정말 압권. 슬픔과 서글픔을 꾹꾹 누르면서 고조시키는 몰입력이 감탄스럽다. 텐 아시아 기사를 보니, 어릴 적부터 사람들을 위로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단다. 그가 부르는 노래들이, 적어도 오늘, 나를 위로 하고 있으니 이소라씨, 당신은 소원 충분히 이루셨소. 부럽소.

3. 점심 한 그릇 다 먹어치우고 과자 5분의 4봉지(거의 다먹었단 얘기ㅋ)와 캬라멜 6알, 시리얼바 1개를 흡입. 저녁 식사 후에도 캬라멜 4알과 아몬드초콜렛 5알, 강냉이 뻥튀기 다량, 떠먹는 요거트 한 통을 먹어치웠다. 배는 빵빵, 눈은 피로, 의욕 제로. 계절이 변해도 학교는 여전히 춥고, 할 일은 해도 해도 줄어들지 않는고나. 오홍.

4. 다시 베를린으로 돌아가는 EUN을 배웅 나갔던 지난 주 일요일. 헤어질 때 따뜻한 마음 담아서 한 번 안아줘야지, 했는데 그냥 쭈볏 손만 한 번 잡아주고 헤어졌더랬다. 돌아오면서, 감정 표현 잘 못하는 거, 이거 나한텐 참 고질병이구나 했는데 EUN의 대답은 이렇다: "공항에선 허그 금지야. 손만 잡고도 들어가선 폭풍 눈물." 가끔은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지 않는 것이 좋을 때도 있구나. 위로와 선의의 감정이라도 그냥 누르고 지나갈 수도 있는 거다.

5. 나에 대한 상대방의 어떤 행동이나 태도가 도저히 이해 안될 때가 있다. 어쩌면 그럴 수가, 하는 순간에 더운 피가 휘리릭 머리 끝까지 올라간다. 그 다음 감정은 그에 대한 원망과 미움이 한 쪽으로 내달리고, 한 쪽에선 자기 비하의 감정이 퐁퐁 생겨난다. 그가 나에게 그렇게 대하는 건, 다 내가 못나서 일꺼야, 뭐 이런 식의 생각. 이런 마음과 생각에 빠져있을 때 나는 어떻게 행동하는지 가만히 지켜보니 셋 중 하나다: 뭘 먹거나, 멍하니 계속 그 생각에 빠져있거나, 나를 위로해 줄 사람을 찾는다.

6. 우연히 학교 컴에서 오래 전 사진을 발견. 초여름에 ㅅㄹ과 떠난 담양 여행에서. 비밀의 화원,이라 이름붙인 소쇄원에서 한참을 놀았는데. 이 때의 나, 통통하니, 어렸구나.ㅎ


7. 이번 학기엔 이상하게 수업이 별로 부담스럽지 않다. 이지 고잉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만만한 학생들도 아닌데. 어쩌면 아직 학기초라 그런 건지도 모르고. 마음이 편해졌다는 건, 어떻든 좋은 징조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발견한 건데, 나에게 있어, '좋은 선생'이 될려고 애썼던 시절은 지나간 것 같다. 이젠 그냥 '선생'이 될테다.

8. 일요일 밤이 가고 있다. 어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