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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논문 일기

0331, 木

새빨간꿈 2011. 3. 31. 13:13

1.
왠일로 늦게까지 깨어있다, 오늘밤.
간만에 야밤 치킨을 먹었더니 배불러서 잠을 잘 못자겠다.
내일 별 일 없으면, 이런 날 영화 한 편 보고 자면 좋은데.
오전에 태극권, 오후엔 논문 스터디 발표, 저녁엔 종교활동.
내일, 완전 분주한 하룬데, 아직 깨어있다니. 
발표문 덜 썼는데, 졸리고 배 부르고 두뇌활동은 둔해졌다(고 변명하며 논다).
 
2.
이제까지 논문 작업 해놓은 걸 다시 보고 있다.
흩어져있는 자료들, 그것들만큼이나 흩어져있는 내 문제의식들.
공들여 선행연구와 방법론을 리뷰하고 꼼꼼하게 정리해둔 흔적들을 보면서,
이걸 다 내가 해둔 건가 새삼스럽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마음 내키는대로 그러나 제법 열심히 이것저것 건드려왔다면
이젠 그것들을 한 곳에 모아서 범주화하고 집필의 틀 속으로 집어넣야할 때다.
이번주 내내 그 정리 작업이 버겁게 느껴져서 이리저리 도망 다니다가,
오늘 오전에서야 정신을 바짝. 일단 初稿를 만들어본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3.
말하는 걸 들으면 불어가 더 좋은데, 노래는 역시 독어가 더 좋다.
불어를 배워본 적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독어는 확실히 리드미컬한 언어인 듯.
특히 '아델라이데'를 듣고 있으면 머릿 속이 동글동글 음표들로 채워지는 것 같은 기분.
이태리어나 러시아어 노래를 들어보면 독어 노래쯤은, 이렇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4.
한 달 전부터 후배 한 명이랑 매주 목요일 저녁 배드민턴을 친다.
특별히 친했던 친구가 아니었는데 우연히 같이 쳐볼까, 해서 치게 됐고,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될 수 있으면 오래 이 친구랑 같이 운동하고 싶어졌다.
오늘은 운동 마치고 잠시 스탠드에 앉아 이런저런 다른 이야기도 좀 나누고.
좋아져서 가까워지고, 가까워지면 같이 하고 싶은 게 생기는 거라고,
사람과 사귀는 건 그런 순서라고 생각해왔는데, 아닐 수도 있구나, 싶다.
이번엔 담담한 마음으로 그냥 뭔가를 같이 하게 된 건데, 조금씩 친해진다.
나중엔 이 친구가 좋아질 수도 있을 것 같고.

5.
새로 짓고 있는 건물 공사 때문에 연구실이 너무 시끄럽다.
그래서 이어폰으로 음악 들으면서 공부하면 머릿 속이 복잡해지곤 한다.
게다가 옆엣 사람들 왔다갔다 하면 괜히 신경쓰인다.
어디 조용한 곳에 나 혼자 딱 앉아서 공부도 하고 음악도 듣고 싶다.
이상, 선무당이 하고 있는 장구 탓.

6.
온라인 게시판에서 '반말로 이야기 나누기' 실험을 하고 있다.
이럴 거라고 예상 못했는데, 학생들이 나한테 반말로 이야기하니깐 좋다.
기분 나쁘지 않고, 존중받지 못한다 느껴지지도 않고, 이렇게 서로 거리낌없다는 게 좀 신기하다.
한 녀석은 문자로도 반말한다. 어, 핸드폰도 온라인 공간에 속하는 건가, 싶다가,
그 도발이 귀엽다. 오프라인에서 반말로 이야기를 걸면 어떤 기분일까.
온 세상이 서로 반말을 쓰는 날이 하루 쯤 있으면 재밌을텐데.

7.
이제 자야겠다.
종달새 헤롱헤롱 정신 나갈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