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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논문 일기

0406, 水

새빨간꿈 2011. 4. 6. 14:34


1. 하늘은 흐리고 실내는 춥다. 점심을 많이 먹어서인지 몸이 쳐지고 졸린다. 봄낮이 흐른다.

2. 연구실을 옮겼다, 정확히 말하면 두 집 살림 시작. 수업이 있는 요일은 사범대로, 다른 날은 여기로 와서 논문 작업할 작정. 여긴 집에서 자전거로 오기에 편하고,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바로 옆 테니스 코트의 공치는 소리 이외에는 아무 소리 들리지 않아서 참 조용하고, 창이 크고, 넓은 방에 혼자 있으니 좋다. 이젠 집중할 일만 남았는데, 실은, 어제 오후부터 그게 잘 안된다, 그게 문제.

3. 새 헤어스타일 덕분에 즐겁다. 머리 감고 거울을 보면 딱 검은 라면발을 뒤집어 쓴 모양인데, 머리카락이 마르면서 부피가 점점점점 커지는 게 재미있다. 머리카락 사이로 생기는 공간에 손가락을 집어넣으면 따뜻하다. 무심결에 거울을 보거나 그림자를 보면 머리 부위가 너무 커서 가끔 놀라기도 하지만, 유쾌한 놀라움이다. 이 스타일에 대한 평가는 정확하게 양분된다. 야, 괜찮은데(* 이건 이쁘다는 의미와는 거리가 있음ㅋ)와 (정말 안타까운 표정으로) 왜 그랬니로. 이런 반응을 보는 일도 제법 재미있다.

4. 꿈에 그리운 사람들, 안타깝게도 더 이상 볼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나는 날이 있다. 그런 날엔 깨고 나서도 한참을 꿈 속에 머물러있곤 한다.

5. 작년 이맘때 토론토라는 낯선 도시에서 살았다는 게 가끔 잘 믿어지지 않는다.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낯설고 추운 도시. 거기로 감히 떠났던 그 무모함이 지금 내 속 어딘가에 남아있을려나.

6. 어제, 식목일에, 상추 두 종류와 치커리 그리고 청경채 모종을 선물 받았다. 귀여운 꼬마 채소들이 옹글옹글 마루에 놓여있는데, 그 모습에 오늘 아침 내내 웃었다. 얼마나 잘 자랄지 모르겠지만, 올봄엔 채소 사 먹을 필요 없도다, 하고 큰 소리 쳐본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