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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가르친다는것

늦은 오후의 낮잠

새빨간꿈 2011. 4. 12. 19:51


수업 끝나고, 떡볶이 먹으며 한 시간 쯤 수다를 떨고, 연구실에 걸어와 거울을 봤는데, 오앗.
닼흐써클이 스모키 화장한 것마냥 짙고 선명하고나.
소파에 잠깐 앉아있다가 공부 시작하자 했는데, 한 시간 가까이 곯아떨어졌다.
세시간 수업이 끝나면 마음은 늘 조금 아쉬운데,
몸은 배터리가 거의 다 닳아서 다운될 지경이었구나.
잠깐의 낮잠으로 원기를 회복하고, 수업 내용 정리하고 수업일지도 쓰려는 참.

오늘은 유난히 날씨가 좋았다.
캠퍼스엔 움트는 꽃들과 잎들이 저마다 안간힘이다.
학생들 데리고 야외에서 실컷 놀고 싶다 싶을 정도로, 예쁜 봄날.
그래서 도종환의 시를 가져가 읽어주었다.
그래봤자, 수업 끝나고 다들 도서관으로 학원으로 다른 수업으로 갔을 것 같지만.


얘들아 곧장 집으로 가지 말고
코스모스 갸웃갸웃 얼굴 내밀며 손 흔들거든
너희도 코스모스에게 손 흔들어 주며 가거라.
쉴 곳 만들어 주는 나무들
한번씩 안아 주고 가라.
머리털 하얗게 셀 때까지 아무도 벗해 주지 않던
강아지풀 말동무 해주다 가거라.

얘들아 곧장 집으로 가
만질 수도 없고 향기도 나지 않는
공간에 빠져 있지 말고
구름이 하늘에다 그린 크고 넓은 화폭 옆에
너희가 좋아하는 짐승도 그려 놓고
바람이 해바라기에게 그러듯
과꽃 분꽃에 입맞추다 가거라.

얘들아 곧장 집으로 가 방안에 갇혀있지 말고
잘 자란 볏잎 머리칼도 쓰다듬다 가고
송사리 피라미 너희 발 간질이거든
너희도 간지럼 먹이다 가거라.
잠자리처럼 양팔 날개 하여
고추밭에서 노을지는 하늘 쪽으로
날아가다 가거라.

- 도종환, "종례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