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2011, 논문 일기

0418, 月

새빨간꿈 2011. 4. 18. 19:31


1. 비내리는 월요일 아침. 샤워하고 나오는데 기력이 뚝, 떨어졌다. 등교길 핫쵸코 한 잔 사서 연구실 도착. 애잔하고 드라마틱한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 1악장 들으며 오늘 할일들 리스팅. 창밖엔 비내리고, 기분은 차분해지고, 당분 섭취했더니 떨어진 기력도 업.

2. 아직 논문 롸이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도 아닌데, 이러다 이번 학기도 심사 물먹을 가능성도 농후한데, 막상 심사료를 내고 나니, 은행문을 나서는데, Ph.D가 된다는 사실에, 약간 짓눌린 기분이 들었다. 왠지 인생이 너무 heavy해져 버릴 것 같아서, 겁이 난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감정이라, 당황.

3. 참 기다릴 줄 모른다. 나 자신도 지각 대장이면서 약속 시간에 누가 늦으면 불같이 화가 나곤 한다. 음식점에서도 주문 후 기다리는 시간이 늘 초조하다. 상대방이 전화를 안받으면, 문자에 답이 없으면, 버럭한다. 말이 느린 사람이랑 대화할 땐 마음 속이 바짝바짝 탈 때도 있고, 수업이 엉뚱한 이야기로 흘러가면 잘 못참고 재깍,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 그냥 놔두질 못하는 거다. 그냥 가만히 이 상태를 즐기지 못하는 거다. 그러니, 이 생(生)에 못만나면 다음 생에 만나면 된다, 는 그 경지에 어찌 이를까 싶다. 

3-1. 뭐니뭐니 해도 내가 제일 못 기다려주는 건, 나 자신이다. 찌질하기도 하고 허둥대기도 하고 겁내기도 하고 어리석기도 한 내가 조금씩 나아져가는 모습을 참아주지 못하는 거다. 아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