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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논문 일기

0505, 木 (어린이날!)

새빨간꿈 2011. 5. 5. 11:54


1. 어린이날 낮에 듣는 Mondschein-Sonate. 언뜻, 안어울릴 것 같지만, 좋고나! 마음이 노골노골-

2. 지난 주말, 내가 좋아하는 ㄱㅎ 법우님이 문경에서 뜯은 쑥을 보내왔다. 그걸로 된장국을 끓여 봄 기운을 흠뻑 섭취했다. 쑥만 온 게 아니라 따신 마음까지 같이 와서 국을 후루룩 먹는 내 마음도 덮혀졌다. 갑작 방문한 ㅅㄴ언니는 분갈이까지 이쁘게 한 로즈마리 화분을 가지고 왔다. 아침마다 눈 뜨자마자 그 잎들에게로 가서 향기를 맡는다. 밤사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는 두통과 피로가 가시는 느낌. 

3. 지금이 구술자들의 말과 이야기들을 가장 잘 '알고' 있을 때다. 왜냐면 가장 몰입해있으니까. 불행한 건, 이 순간을 느긋하게 즐길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것. 그래도 좋다. 이 여자들의 이야기들이 내 머리와 마음 속에 가득 들어있어서 툭, 치면 툭, 하고 나온다. 징글맞게 행복한 순간들!

4. 먹고 돌아서면 배가 고프다. 안먹던 것들도 막 땡긴다. (아이를 낳는 것처럼, 논문을 '낳을' 때도 이런 증상이?ㅋ) 각종 고기와 과자들이, 무의식 중에 자꾸 머릿속을 왔다갔다한다. 먹는 것, 이야말로 남에게 피해 안주면서 스트레스 풀 수 있는 절묘한 방법인 듯. 문제는 남이 아니라 나 자신을 해칠 수 있다는 거지. 이러다 딱, 체하겠다 싶은 불길한 예감.

5. 요즘, 하루에 한 번씩 작년 봄 사진들을 꺼내서 본다. 새삼, 여행 사진이 이렇게 위로가 되다니! 아래 사진, 뭔가 피곤하고 춥고 짜증나던 타이밍인 것 같은데. 지금 보니깐 그런 것보담 자유로움이 묻어난다. 작년 이맘 땐, 책이나 논문, 해야할 일이나 미래에 대한 걱정 따윈 머릿 속에서 지우고, 내내 저렇게 길 위를 다니고 있었구나. 으헝.



May, 2010 @ Berlin


6. 점심도 배불리 먹고, 테라스에 앉아 커피도 마시고, 광합성도 실컷 하고 연구실로 컴백. 이런 봄날도 나쁘지 않구나. 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