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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이모로부터 전화가 왔다. 간만의 통화. 아마 설명절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이모가 뜬금없이, 힘든 일 있으면 언제라도 연락하라고 한다. 왜 갑자기 그런 얘기 하냐니깐, 꿈에 엄마가 나와서 "우리 딸래미 힘들 때 도와주면 참 고맙겠다" 했단다. 이모는, 엄마가 내 걱정이 돼서 이모에게 온 거라고 믿으신다. 네, 이모. 나 힘들 때 이모한테 바로 전화할께요, 하는데 왠지 마음이 울컥한다. 그리고 눈물이 주루룩. 엄마는, 이미 이 세상에서 존재하지 않는데, 여전히 이모와 나를 잇고 있구나, 하는 생각.

가끔, 둘째 이모는 내 조카 다은이를 보면서, 어디 넘어져도 심하게 안다치는 건, 엄마가 돌봐주기 때문이라 하신다. 다은이가 잘 자라는 것은 동생과 올케의 살뜰한 육아 덕도 있고, 동생네 가까이 사시는 둘째 이모가 종종 가서 봐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엄마가 내 조카와 이모 사이를 또 잇고 있다. 돌아가신 엄마가 돌봐주는 게 아니라, 엄마를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나와 내동생, 그리고 우리 조카까지 돌봐주고 아껴주고 있다. 그건 아마 엄마와의 오랜 인연 속에서 그들이 엄마에게 진 마음의 빚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비유적으로 표현하면, 돌아가신 엄마가 우릴 돌봐주고 있는 것인지도.

엄마 생전에 별로 살갑지 않았던 숙모는, 울고 있던 내게, 여기 또 엄마가 하나 더 있으니 언제라도 필요할 땐 도움을 청하라고 말씀하셨다. 내가 그랬듯이 멀리 가시고나서야, 숙모에게도 엄마를 향한 고마움의 마음이 생겼구나, 싶다. 숙모의 그 말씀이 가끔 생각날 때마다, 아직 한 번도 도움 요청한 일 없지만, 마음이 든든하다. 아마 막내 이모의 오늘 전화도 내게 그런 든든함이 되어줄 것이다.

한동안, 마음 기댈 곳이 없어서 너무 허전하고 외로웠다. 혼자 길 위에 있을 때나, 밤에 잠들기 전, 혹은 아침에 혼자 깨었을 때. 다시는 엄마를 만날 수 없다는 절망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언제라도 전화만 하면 닿을 수 있었던 상대편이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인식할 때의 공허감이었다. 그 공허감은 여전히 불쑥 나를 찾아오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되는 건, 엄마가 생전에 지어놓으신 인연들이 그물망처럼, 나를 보듬고 있다는 사실이다. 멀리 가시고 나서도 늘 내 마음 속에 남아있다는 것, 그건 어떤 의미론 그 인연들이 여전함을 의미하는 것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