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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논문 일기

0509, 月

새빨간꿈 2011. 5. 9. 19:37



1-1. 0501 메모: 누군가 버린 쓰레기를 보면 그 사람의 삶이 보인다는데, 연구실 쓰레기통에 온통 간식 포장지와 껍데기들. 요즘 내 삶, 무지 먹는 거, 로구나.ㅋ

1-2. (드디어) 체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체할 만 했다. 체하니깐 정신이 번쩍 난다. 위가 아프고 열이 나고 몸에 힘이 빠져서 푸욱 잤더니 좀 낫다. 몸이 아프니 먹는 것에 대한 욕심이 뚝, 끊어진다. 고통만한 가르침이 없구나, 슬픔만한 거름이 없듯이.

2. 0507 메모: 산길을 걸어 등교. 땀이 나는 워킹은 참말 오랫만. 간밤 비로 습기 머금은 숲에 어제의 피로와 오늘의 근심을 다 내려놓고 왔음. 늦잠 자고도 조금 피곤한 하루의 시작. 집중해서 다시 논문으로 고고씽- 

3. 0508 메모: 내 인생에 지금 생각해도 어이없어서 웃음만 나오는 몇 가지 일들.
1) 자전거 진짜 못타면서 제주도 일주 자전거 여행 떠난 것.
2) 아이티 지진 돕기 기부받는 행사에 영어로 전화받는 봉사한 것.
3) 잉글리쉬 네이티브들 모아놓고 영어로 논문 발표한 것.
4) 토론토 다운타운 어느 바에서 혼자 스테이지에 나가 음악에 맞춰 춤 춘 것.
5) 벤쿠버 스탠리 공원에서 자전거 타다가 태평양 바다에 자전거 빠트리고 그거 건진 다음 기념사진 찍은 것.
... 논문 쓰는 거 진짜 지겹다. 얼마나 지겨웠으면 이런 옛일들 생각하면서 혼자 실없이 흐흫흐흐. (흙)

4. 어쩌면 이번 학기 내에 끝낼 수 있는 작업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오늘 처음 생각했는데. 의외로 마음이 편하다. 이 사실을 깨달은 것만으로도 엄청난 성과 아닌가. 

5. 논문과 함께 하고 있는 음악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32번. 차이콥스키 안단테 칸타빌레. 베토벤 교향곡 7번. 루시드 폴 오 사랑.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 이병우 앨범 흡수.

6. 비가 오니깐 좋다. 연휴에 남들 즐겁게 노는데 나만 공부하면 기분 더 나빠지니깐.(놀부심뽀)

7. "똥 눌 땐 똥만 눕니다" 
라고 핸폰 화면에 써두었다. 몇 주째 논문만 들여다보고 있으니 집중력도 한계에 도달한 듯. 아놔.

8. 방금, 똑똑, 어떤 아저씨가 연구실 문을 두드리고 지나갔다. 누구세요? 물으니, 아, 그냥 불이 켜져있어서 왔어요, 한다. 그래서 누구세요? 했더니 대답이 없다. 혼자 밤에 연구실에 있으니 이런 공포도 체험하는구나. 아씨. 무서워서 화장실 못가겠다. 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