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2011, 논문 일기

0614, 火

새빨간꿈 2011. 6. 14. 22:57


1. 같은 꿈을 반복해서 꾼다. 꿈에서 이게 꿈인지 알면서도 같은 행동과 생각, 같은 감정이 반복된다. 아직도 거기, 그 장면에서 못 벗어나는 거로구나. 어쩌면 아주 오래 그럴지도 모르지. 그래도 괜찮다, 한다. 어떤 감정이든 깨끗이 털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건 아니니깐. 

2. 지난 주부터 소화가 잘 안됐는데도, 미련하게 계속 먹어댔다. 그러다 그제, 어제는 좀 많이 아파서 저녁에 일찍 퇴근, 아침에 늦잠을 좀 자고, 오늘은 오전-낮에 집에서 작업을 좀 했다. 죽 일인분을 사다가 아침, 점심, 저녁 세 번 나눠먹었더니 이제사 좀 속이 잠잠. 몸의 여러 부분 중에서도 위가 제일 약한 것 같다. 스트레스를 제일 먼저 알아채고, 가장 먼저 아픈 곳. 그러면서도 그걸 자주 아프도록 하는 나의 오래된 습관들. 논문 핑계 대면서 이 나쁜 순환을 계속 반복하고 있다.

3. 어떻게 고쳐야할지 잘 모르겠다. 만족스러울 만큼 수정하려면 해야할 일이 너무 많아지고, 시간에 맞춰 하려면 어설프다. 졸업 시기가 한 학기 정도 미뤄지는 건,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닌 것 같은데, 어서 빨리 지금 하고 있는 논문 작업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오늘은 골똘히, 내가 왜 이 논문을 시작했을까, 까지 생각해'버렸'다. 모두에게 이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 사실이 지금의 나에겐 별로 위로가 안된다.

4. 석사 논문 쓸 땐, 꿈 속에서 실컷 써버리기도 했다. 문제는 아침에 일어나면 기억이 안난다는 것. 요즘은 논문 요지 발표를 하려는데 내 논문이 아닌 남의 것을 들고 있다가 화들짝 놀라거나, 내 논문의 자료를 누가 가지고 가버려서 그걸 찾으러 긴 길을 헤매는 꿈을 꾸곤 한다. 어떤 밤은 잠을 자도 자는 것 같지 않다, 하도 자주 깨서. 새벽에 일찍 일어나 학교 가야지, 하지만 그런 날일 수록 늦잠을 잔다.

5. 주말엔 한 학기를 함께 한 학생들과 컨퍼런스를 하고, 삼호선 버터플라이와 브로콜리 너마저가 오시는 '본부스탁'도 있다. 지난 달엔 티비와 영화, 뮤지컬이 보고싶어 안달이었고, 종일 쇼핑하는 게 소원이었는데, 요즘은 그런 욕망들은 싹, 가시고. 그저 한 스무권 쯤 소설을 쌓아놓고 누워서 딩굴대며 읽고 싶다. 심사 통과를 하든 안하든, 이건 아마, 여름의 끝쯤 가서야 가능한 일이겠지.

6. 논문일기, 따윈 쓰지 않을 거야, 했는데, 또 쓰고 있네. 깊은 외로움이 한 걸음 물러갔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