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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논문 일기

0619, 日

새빨간꿈 2011. 6. 19. 15:50


1. 오전엔 빈둥대다가 햇살이 진짜 뜨거워지고 나서야 집을 나서는 어리석음. 땀을 한바가지 흘리며 연구실 입성. 에어컨 켜놓고 세시간째 놀고 있다.ㅋ 정확하게 말하면 회피하고 있다. 논문 파일을 열어야 시작을 하는데 그걸 안하고 있는 거다. 더이상 놀 꺼리가 없을 때, 파일을 열고, 징징대는 마음으로 작업을 시작할 것이다, 이거야 말로 오래된 나쁜 나의 습관.

2. 초조함 후회 두려움 하기싫다는마음 자책감 도망치고싶은마음 답답함 욕심. 이런 것들이 내 마음 속을 채우고 있다. 아, 힘이 드는구나.

3. 잘되면 논문이 아니고, 내 마음대로 다 되면 인생이 아니다.

4. 이미 논문을 쓴 박사님들에게 "아, 이렇게 힘든 거 어떻게 하셨어요?" 라고 물으면 대다수는 이렇게들 말하더라. "나 그 때 맨날 밤샜어, 완전 기적을 이뤗지, 내가." 처음엔 진짜 다 그렇게들 기적을 이룬 게 대단해 보였는데, 자꾸 들으니깐 이것도 뭔가 틀에 박힌 서사로구나, 싶다. 내가 만약 논문을 참말 완성하게 된다면, 그래서 누군가로부터 어떻게 그 시간을 지내왔냐고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이렇게 말해줄꺼야. "나 하기 싫어서 맨날 놀다가 막판 가서 눈물 질질 짜면서 겨우 했어. 진짜 찌질하게." 근데, 이렇게 이야기하려면, 일단은 논문을 끝내야한다. 아아.

5. 혼자 연구실에 앉아있으면 그리운 사람들이 자꾸 떠오른다. 막상 연구실 밖을 나가면 혼자 놀고 싶다. 진정한 왕따가 되어가시는 중.

6. 진짜, 만약, 참말, 논문이 끝난다면, 어딘가로 혼자 길을 떠나고싶다, 지금 원하는 건 그거 하나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