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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일기(2012.4.20) _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과학과 수업을 시작할 때면, 늘 금요일 늦은 오후 수업이라 학생들이 얼마나 지쳐있을까 생각하곤 해요. 그런데 수업을 하다보면, 토론이 재미있어서 나도 모르게 5시 30분이 거의 다돼서야 마치곤 하죠. 특히, 가볍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에 대해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는 과학과 토론 분위기는 그야말로 쿠울~! 지난 금요일,‘교원양성체제’에 관해서도 열띤 토론이 벌어져서 참 즐거웠어요.

 

수업의 텍스트인 이혁규(2012)의 글을 읽고 우리가 제기한 질문은 “초등교사의 전문성은 무엇이며, 이것이 교육대학교 교육을 통해 양성되고 있는가?”였어요. 모둠 토론과 전체 토론을 통해 이야기한 교사의 전문성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관한 지식

2) 교육과정을 가르치는 것에 관한 지식과 능력

3) 초등학생들에게 인성교육을 할 수 있는 능력

4) 공동체를 지도할 수 있는 능력

 

초등교사의 전문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은경씨와 정민씨가 이 네 가지 요소가 과연 전문성을 구성하는 것이 맞느냐는 문제제기를 했어요. 아이를 양육하는 어머니들이나 사교육을 담당하는 사람들도 위의 능력들을 가져야하는 것 아니냐고요. 그래서 논의가 더 이어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현재의 초등교사들이 이러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교육이 아니라 공교육에서 그리고 다른 학교급 교육이 아니라 초등교육에서 갖추어야할 전문성임을 결론지을 수 있었어요. 나는 특히 초등교사들이 담당해야할 공교육에서의 전문성 획득을 위해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학생 개개인뿐만 아니라 공동체를 지도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점을 여러분들이 지적했다는 것이 재미있었어요. 여러분들의 공교육과 교사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생각보다 깊다는 걸 느꼈달까요.

 

이후, 현재 여러분들이 받고 있는 교대 교육이 초등교사의 전문성을 양성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졌습니다. 교대의 지식 교육이 얕은 지식 중심이고, 가르치는 법에 대한 교육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창가쪽 코너에 앉은 몇몇 학생들이 “그래도 교대 교육이 전문성 있는 교사를 양성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요지의 주장으로 맞섰습니다. 이런 논쟁 속에서 희우씨가 4학년답게 그동안의 경험을 풀어놓았어요. 희우씨는 교대 교육을 4년 간 받다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름의 교사상을 갖게 되고 가르치는 능력도 향상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면서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비유를 했답니다.

 

나는 이 비유가 시사하는 바를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훈장 선생님에게 직접 배우는 과정이 아니라, 풍월을 듣는 서당개의 경험이 교대에서의 4년에 비유된다는 것 말이죠. 이건 공식적이고 의도적인 교육과정이 아니라 비공식적인 교육과정을 통해 ‘뭔가’가 이루어진다는 의미인 듯 합니다. 교육대학을 졸업한 11명을 인터뷰하여 교직사회화 과정을 연구한 서근원(2011)*의 연구에 의하면 교대 학생들이 좋은 교사가 되고자 하는 고민을 해결하는 것은 비공식적인 교육과정과 경험인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그 ‘뭔가’가 무엇인지, 그리고 왜 비공식적인 과정을 통해 그것이 이루어지는지 더 생각해봐야할 것 같아요. 다음 시간에 논의할 교직사회화의 과정이 바로 이 지점과 연결된다고 봅니다.

 

늘 느끼는 거지만, 여러분들의 토론 과정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게 돼요. 내가 준비해간 문제 뿐만 아니라 전혀 새롭고 예기치 못했던 이야기들이 나오는 과정에서 흥분과 재미를 얻기도 하고요. 그래서, 다음 시간에는 또 어떤 이야기들을 할까, 궁금하고 기대가 된답니다.

 

 

 

* 서근원(2011), 그들은 왜 서로 다른 교사가 되었을까?: 사회화의 다양성에 관한 질적 사례 연구, <교육사회학연구> 21(4), pp.89~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