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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안부게시판에 메모처럼 남겨두었던 기록들.

 

 

 

2012/12/11 01:13
[+154] 시간이 어찌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 매일매일들. 꼽아보니 집안에서만 아기랑 둘이 지낸지 오늘로 나흘째. 그러니 좀 마음이 지칠만도 하다. 꽁꽁 싸매고 집 앞이라도 나가볼까, 했지만 날씨가 너무 추워. 모레쯤 날이 풀린다니 정말 아기랑 어디든 좀 나갔다와야지. 아기는 어제부터 옹알이가 늘었다. 제법 인상을 써가며 뭔가 길게 말하고, 내가 노래를 부르면 따라부르는 듯 소리를 낸다. 아고 예뻐라, 소리가 절로 나오는, 빛나는 성장 중의 내 아기. 난 오늘 좀 답답했고 불안하기도 했고 편두통이 심해졌고 피로도 여전하다. 아 그래도 체중이 좀 늘었다. 요즘 아기는 밤에 한시간 반 간격으로 일어나 칭얼대는데, 그것 때문에 피곤하지만 스트레스는 안받는다. 뭔가 성장하고 있겠거니, 한다. 곧 나아지겠지.
2012/12/11 01:16
아기가 태어난 후로 매겨지는 앞의 저 숫자는 아기가 살아낸 날의 수이기도 하고, 내가 엄마가 된 날들의 숫자이기도 하다. 어젠 문득, 은규가 나를 엄마로 만들었구나, 싶어 아득한 마음이 됐다. 내가 엄마,라니. 아직도 이 사실이 새삼스럽다, 아직도.


 

 

2012/12/12 01:13
[+155] 엄마 생각이 자주 난다. 원망도 됐다가 아쉽기도 하고 그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엄마가 되니 엄마가 이해되는 부분이 많아진다. 엄마가 살아계셨으면 이해보단 원망을 더 많이 했을 것 같기는 하지만. 내 아기도 이렇게 뒤늦게서야 나를 이해하는 순간들을 맞을까. 이렇게 이어지는 관계의 고리가 새삼 신기하다.


 

 

2012/12/13 02:42
[+156] 피곤한데 잠이 안온다. 아기는 쌔근쌔근 잘도 자네. 이쁜 내아기. :)


 

 

2012/12/16 23:49
[+160] 요며칠 계속 마음이 힘든다. 더 자세하게 써보자면, 아기 돌보는 일에 재미를 못느끼겠다. 자꾸 다른 일 - 내가 하고 싶은 일 - 을 하고 싶다. 뭐 그렇다고 거창하게 할 일이 있는 건 아닌데, 아기의 요구와 상태에 따라 움직여야하는 게 답답하다고 할까. 아기가 잠에서 깨어날 때부터 잠들 때까지 아기를 돌보고 집안일을 하고 세끼 밥을 챙겨먹으며 휴식이나 리프레쉬 없이 지낸지 한달 하고 반이 지났다. 날씨가 추워 밖에도 잘 못나가고, 그 사이 만났던 사람의 수가 한 손으로 셀 정도. 그래서 지칠만도 하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그러면서도 지금의 이 상태가 마음이 안들어서 불편하기도 하다. 아기 돌보기와 집안일도 일종의 노동이니까, 때로 휴식이 필요하다. 오늘, 동거인의 논문이 마무리되는 날이니, 내일부턴 그런 휴식이 가능해질까. 자꾸 내가 더 지혜롭다면 덜 힘들텐데, 하고 자책하는 마음이 생긴다. 이 마음은 나에게도 아기에게도 좋지 않을텐데. 휴.


 

 

2012/12/23 23:36
[+167] 거울 속 내 얼굴아 낯설다. 다른 표정, 다른 이목구비. 엄마의 얼굴로 변해가는 중인가.ㅎ / 지난 금요일부터 이모가 와계셨다. 내일 가시고나면 한동안 더 적적하겠지. 그치만 이모가 채워주신 에너지가 씽씽 가동될 것이다! / 오늘 낮잠을 한번도 안잤더니 징짜 피곤하네. 내 몸이 점점 쇠약해져가고 있는 건 분명한 것 같다./ 자는 아기 얼굴이 너무 이쁘네 :-)


 

 

2012/12/26 00:00
[+169] 요며칠 집에 이모랑 동거인이랑 같이 있으면서 마치 방학 같았음. 아기를 잠깐씩이라도 봐주는 사람이 있으니 좋더만. 내일 다시 개학.ㅋ 아기와 종일 집에서 지내기, 다시 해봅니다. 날씨마저 느무 춥다니, 당분간은 집에 콕 박혀서 다시 시작되는 독박육아 라이프에 마음 재미를 발견하며 지낼 밖에.


 

 

2012/12/29 00:26
[+172] 아기와 둘이서 가장 멀리 외출한 날. 그래봐야 택시요금 삼천오백원 거리였지만.
나와 다른 방식으로 아기를 돌보는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 나누다보니 혼란스러움이 생겨난다.
나도 수면교육 시작해볼까, 하고 한 두어시간 고민했음. 그리고 그 혼란과 동시에, 내 방식이 맞다고 우기고싶은 마음도 올라온다.
다른 방식의 육아를, 다르게 아기를 돌보는 사람을 인정하고 받아주는 것이 쉽지만은 않구나.
아기를 돌보면서 아집이 늘겠구나. 허허.
간만에 어른 사람 만나 이야기 나누니 좋더라, 특히 나랑 비슷한 처지에 있는 여자 사람.ㅋ 종종 외출 해야겠음.ㅎ


 

 

2012/12/29 22:02
[+173] 오늘 무지 긴 외출을 했다. 점심 때 결혼식 갔다가 오후엔 모임에 가서 초저녁에야 귀가. 결혼식에선 참많은 사람들이 아기를 보고만지고안았고, 모임 장소가 갈비집이라 공기가 탁했는데 대여섯시간을 잘놀더라. 중간에 젖도 먹고 잠시 졸기도 하고. 집에 와서 아기 씻기고 나니 젖을 여러번 많이 먹는다. 종일 엄마 젖 자주 먹다가 외출을 하니 그게 안돼서 서운했다는 듯이. 그리곤 잔다. 긴 외출에 간만에 사람도 많이 만나고 얘기도 많이 한 나는 좀 피곤하네. 근데 잠이 안와서 괜히 웹서핑. 오늘부로 닥터가 되신 동거인은 해방감을 만끽하러 밤외출. 그분도 피곤할텐데 아마 오늘밤은 그것도 잘 못느끼겠지.ㅋ 긴하루가 조용히 마무리되네. 아기와 함께하는 삶의 단점이자 장점은 고요한 나잇라이프. 오늘은 그게 장점인 날. 고요해서 좋은, 눈내리는 밤. :-)


 

 

2013/01/02 00:20
[+176] 저녁에 떡국 만들어먹은 게 체해서 다 토했다. 간만에 아프네, 괴롭다.
아파도 아기가 칭얼대면 안아줘야하고 젖달라하면 먹여야하는구나, 엄마라는 존재는.
그래서 오늘밤도 엄마 생각이 난다. 아이들은 어리고 형편은 궁색하고 그러다 몸이라도 아픈 날, 엄마 마음은 어땠을까.
동거인과 아기는 자고 나는 잦아들긴 하지만 여전한 위통으로 깨어있다.
조용한 밤, 시간이 재깍재깍 간다.


 

 

2013/01/05 07:02
[+178] 첫 이유식한 날. 그리고 콩나물국 먹고팠다며 엉엉 운 날.ㅋ 좀 부끄럽지만 울고나니 마음이 개운하다. 나를 들여다보고 난 후의 개운함.ㅎ
2013/01/03 22:40
내가 지금의 내 삶을 얼마나 재미없는 걸로 여기고 있는지
지금의 나를 얼마나 가엽게 여기고 있는지 알겠더라,
콩나물국 운운하며 앙, 울어버린 바로 다음 순간.

지금 이대로 참 좋다,는 말을 종종 하면서도
내 마음 깊은 곳에서는
지금 내모습, 내삶이 불쌍하고 서글프다고 여기고 있었구나.
이런 내 마음을 봤으니 오늘은 참 의미있는 날.
2013년 1월 3일. 기억해둬야지.

 

 

 

2013/01/05 07:08
[+180] 아기가 간만에 세시간 반 간격으로 자주시네. 어제 지도교수님 댁에서 하는 신년모임에 데려갔다와서 늦게 자더니 피곤했나보다. 나도 너무너무 피곤했는데 길게 자주시는 아가 덕분에 좀 잤다. 한번에 세시간 넘게 자는 게 호사가 되다니, 아기 돌보는 일은 작은 것에도 감사하게 되는 일인 듯. 동거인이 종일 외출할 거라 오늘도 밤까지 아기랑 둘이 있어야한다. 콩나물국 사태를 계기로 아기와 둘이 보내는 시간에 깨어있어보자, 싶은데 오늘 한 번 해보지, 뭐. 두눈 질끈 감은 채 젖먹더니 쌕쌕 잘 자는 아기. 나도 좀더 자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