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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아기가 뱃속에 있는지도 모르고 내리 사흘을 걸었던 제주 여행.

만 삼년만에 다시 와보니 익숙하기도 하고 낯설기도 하다.

길면 석달, 짧으면 3-4주 잠을 잘 못자고 보고서에 매달리다 왔으니 몸이 피곤한 건 당연한 일이다.

더구나 떠나기 전날 4시에 잠들어 7시에 일어났으니 병이 날만도 했는데 이렇게 버텨주니 다행이다.


제일 좋았던 건 그제 어제 묵었던 숙소.

마음에 제일 깊이 남는 건 오늘 갔던 강정 미사와 인간띠잇기.


잊지 않기 위해 일정을 기록하자면,


첫날 제주공항 도착해서 렌트카, 카시트 빌려서 출발 준비 하니 오후 4시 - 동문시장 오메기떡, 외도 땅콩 - 연북정 일몰 - 조천 촌촌해녀촌 회국수와 고등어구이로 저녁 - 밤길을 달려 청재설헌 도착하니 8시 - 욕조 물받아 목욕하고 티비보다가 (촌촌해녀촌에서 먹다 남긴 우도땅콩 막걸리 좀 마시고) 잠들기(10시)


둘째날 청재설헌에서 아침(호텔음식보다 맛있음!) 먹고, 차마시고 제주마 방목지로 출발(11시) - 제주마 방목지에서 구경하다가 새끼말이 쓰러져있는 것 같아서 신고했는데 알보고니 자고 있던 말이라서 부끄러워하며 비자림으로 출발 - 비자림 가는 길에 제주승마장(이름 확실치 않음, 시설 등등 구렸음ㅋ)에서 당근 먹이기 체험(2000원, 주인 아줌마는 계속 아기 안고 말타라고 호객, 짜증났음)하고 그 옆 국수식당에서 멸치국수, 성게국수(비린내 났음ㅋ)으로 점심 - 식당 옆 편의점에서 귤이나 살까 들어갔는데 귤을 공짜로 줘서 괜히 커피 한잔 마시고(안에 들어가보니 편의점이 아니라 까페 같았음) 비자림으로 (또) 출발 - 비자림에 도착했는데 은규가 자고 있어서 1시간 정도 기다리다가(그동안 청재설헌 주인 아줌마가 쓴 {힐링가든}이라는 책 둘이서 읽음) 비자림 들어가서 구경 - 성산시흥해녀집에서 전복죽, 삶은 소라로 저녁(은규가 전복죽이랑 반찬으로 나온 미역, 해초 등등을 잘 먹었음) - 9시쯤 청재설헌 도착해서 씻고 티비보다가 잠들기(10시)


셋째날 청재설헌에서 아침, 차마시고 강정마을로 출발 - 11시 30분(미사 시작 시간은 11시)에 강정마을 도착, 미사 참석, 인간 띠잇기 참석(은규는 모든 이의 주목을 받는 이쁜 아기, 나와 Y는 눈물 바람ㅜ) - 강정마을 책방에서 커피와 뎅유지차, 와플 - 까페 말에서 크림카레와 흙돼지 토마토 볶음(은규는 크림카레 별로 안좋아했음) 점심으로 먹고 협재 해수욕장으로 출발 - 저지리 예술마을 차로 한바퀴 - 협재 해수욕장 도착해서 바닷물에 손 담그고 사진찍고 제주시 수민이네 집으로 출발 - 애월리 고로케 사려다가 실패 - 수민이네 6시쯤 도착해서 1시간쯤 놀고 - 어머니와 장독대 와서 돔베 정식으로 저녁 - 한화리조트 도착(9시) - 캔맥주 마시며 티비 보기 - 1시쯤 잠들기(은규는 리조트 오는 길에 잠들었음.ㅎ)


넷째날 한화리조트 조식(재료, 맛, 서비스 어떤 것도 만족하기 어려움) - 리조트 바로 옆 4.3 평화공원 기념관(비가 와서 기념관만) - 평화공원 맞은 편 벌판의 말 구경(말이 풀뜯어 먹는 거 가까이서 보니 신기하고 재미있었음) - 용두암 가서 기념촬영(바람 무지 부는데 은규는 계속 여기서 놀자고 떼씀.ㅜ) - 김희선 몸국집 가서 몸국, 고사리육개장으로 점심(둘다 매워서 은규는 미역 무침으로 밥 먹음ㅜ) - 렌트카, 카시트 반납하고 공항 - 연착된 비행기 타고 김포 - 공항리무진 타고 우리 동네 - 대가 순대국에서 저녁 - 집


- 집에 티비가 없으니 놀러오면 숙소에서 세식구 다 티비 보기가 너무 좋아서 헬렐레.ㅎ 달인 소개 프로그램 올만에 보니 새삼 재미났음.ㅋ

- 은규는 엄마가 유치하게 놀아주는 걸 너무 좋아함. 나도 은규 덕분에 유치하게 놀면서 재미났음.

- 여행와서 쓰는 돈에 대한 고민. 어떻게 하면 로컬에 도움되는 여행을 할까. 렌트카 괜히 대기업 꺼 빌렸나 싶고. 숙소도 마찬가지.

- 아기랑 다니는 여행은 천천히 마음을 비우고. 계획했던 데로가 아니라서 더 재미있는 몇 가지 에피소드들.ㅎ


* 사진은 첫째날 해질녘 연북정 앞 풀밭에서, 동네 아이들이 잠시 놔두고 간 야구방망이를 갖고 노는 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