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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직은 시작됐으나 보고서는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떠났던 여행. 첫 이틀동안은 새벽에 혼자 일어나 두어시간씩 일을 했다. 이부자리 옆에 있던 화장대에 노트북 켜놓고 앉아 있으면 오른쪽 옆 통창으로 날이 밝아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부옇게 하늘이 밝아올 때, 커튼을 열고 따뜻한 바닥에 반듯이 누워 나무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배롱나무 가지가 이렇게 아름다운지 처음 알았다. 두번째 날엔 비도 오셔서, 더 운치있었던 나만의 새벽 시간.


숙소 예약을 늦게서야 했기 때문에 별 선택지가 없었다. 그 와중에도 너무 모던하거나 리조트 형식의 숙소는 가고싶지 않았다. 조금 비싸다 싶은 숙박비였지만, 통창으로 연못을 끼고 있다는 설명에 그냥 결정했다. 그리고 기대보다 훨씬 좋았다. 고요한 새벽시간도 좋았고, 정성들여 차려주신 정갈한 아침 식사도 좋았고, 아기자기하면서도 방대한 정원도 좋았다. 몸도 마음도 지쳐있던 나에게 진짜 휴식의 시간을 주었달까.


밤이 되면 깜깜해지고, 아무 소리 들리지 않는다. 새벽이 되면 새들이 울기 시작하고, 해가 다 뜨면 정원에서 나무와 꽃들이 저마다의 빛으로 반짝임을 준다. 다시 제주에 간다면, 무조건 여기로 또 갈거다. 은규도 제주도 우리집,이라며 좋아했던, 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