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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엄마 일기

[+967] 나는 엄마

새빨간꿈 2015. 3. 3. 22:12

Y가 새직장에 출근한지 이틀째. 느낌으로는 한 삼주쯤은 지난 것 같다. 일요일밤 긴장이 돼서 두어번 깨고 5시에 기상했는데, 간밤엔 잠이 안와서 1시 넘어 자서 6시 좀 넘어 기상. 이틀 째 잠을 잘 못자니 내 몸은 오전부터 잠을 기다리는데, 오늘 아기는 낮잠을 패쓰. 오후 5시 넘어 낮잠 재우기(그리고 나도 한숨 자기)를 포기하고 저녁 준비를 하는데 마음이 부글부글 했다. 그래서 아기에게 짜증을 팍팍 냈더니 슬그머니 마루로 피해버리는 아기. 다가가서 미안하다고 안아주니, 도망왔다 한다. 저질 체력에 더러운 성격 엄마 만나서 니가 고생한다, 싶다.

 

낮잠을 안잔 아기는 초저녁부터 졸려하더니 9시쯤 잠들었다. 나도 옆에서 같이 자야할 상탠데, 기어이 부엌에 앉아 빵과 요거트를 먹고 책을 읽고 노트북을 연다. 설거지는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빨래를 걷어서 통에 넣어둔지 이틀. 근데 일단은 나 하고 싶은 일부터 한다. 쉬어야지 다시 돌아가니까. 몸이든 마음이든. Y는 아직 안왔다. 이런 날들이 이어지면 히스테리와 우울이 도질 것 같다. 두려움이 훅 밀려오네.

 

몸과 마음이 힘들 때 아기와 같이 있으면 별스럽지 않은 일에 짜증이 난다. 그리고 아기에게 짜증을 낸다. 나는 주로 야야- 하며 소리를 높인다. 그러고 나면 아기를 살피게 된다. 내가 소리 질러서 아기가 힘이 드는 건 아닐까. 그리고 즉시 죄책감과 후회감이 올라온다. 그러지 말 껄. 그리고 걱정이 된다. 내가 좋지 않은 엄마라 아기가 삐뚤어지면 어쩌나. 이까지 다다르면 우울해진다. 그런데 오늘은 죄책감 정도에 멈췄다. 좀 힘이 드는구나, 싶었다. 잠 못자고 긴장해있으니 몸이 힘들고, 그러니 아기에게 그 짜증이 가는구나. 이 정도에 멈췄으니 다행이다, 오늘은.

 

어린이집 원장님이 우리 부부를 좋은 부모라고 하더라.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지만, 나는 불안감을 종종 느낀다, 좋은 엄마가 못될까봐. 머리로는 좋은 엄마가 안되어도 괜찮아, 하지만 내 무의식은 좋은 엄마 되려고 아둥바둥 하는 중인 것 같다. 가만 생각해보면, (그냥) 엄마이기만 해도 되는데.

 

바람 소리가 우우 들린다. 봄이 참 더디온다. 어느해인들 안그랬던가 싶기도. 내일 아침은 좀 더 힘차길. 그리고 더 평화로운 마음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