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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36개월이 지나면 아기는 아이가 된다고들 하더라. 연약하고 불완전하고 부드럽던 존재에서 단단한 하나의 인격이 되어가는 시점이 만 세살인가 보다 했다. 요즘 아기를 보면, 이제 아이가 되어가나 싶다. 가끔 이렇게 컸나 싶어 놀라는 순간들.


꽃샘추위 기승을 부리던 그제, 이렇게 말한다. "겨울이 가면 봄이 와야되는데 다시 겨울이 됐나봐."


노란색 꽃은 뭐뭐가 있는지 같이 꼽아본다. 개나리, 산수유, 프리지아...


차근차근 이야기하면 대부분을 이해하는 것 같다. 때로 어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는 걸 보기도 한다. 간밤엔 Y랑 둘이서 심각하게 일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카봇 이야기 해줘" 하길래, 방금 뭐라고 했어? 하니 "아무것도 아니야" 한다. 이런 표현을 할 줄 안다니! 떼쓰고 자기 마음대로만 하는 게 아니라 상황을 살피고 자기 요구를 접어볼 줄도 아는 아기.




매일이 힘들어서 얼른 자랐으면 하면서도 또 크는 게 아쉽고 안타깝고 그렇다. 말도 곧잘 하고 상대의 말을 잘 이해하는 아기에게 바라는 게 많아지고 그래서 화도 나고 짜증도 낸다. 아기는 내 요구를 들어주는 존재가 아닌데. 어른인 나도 상대방의 요구를 다 들어주지 않고 바람직하다 여겨지는 행동만 하는 건 아닌데.


아기가 자라는 만큼 나도 자라야하나 보다. 아기가 나를 자라게 만들어준다. 그래서 아기 부처님이라 부르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