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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엄마 일기

아이를 보내는 것

새빨간꿈 2015. 4. 23. 10:37
오늘로 새 어린이집 적응 4일째. 오늘 처음으로 나들이를 같이 가지 않았다. 아이는 친구들이랑 가겠다 마음 먹고도 이내 마음이 변해 엄마랑 가겠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내 마음이 살랑살랑 변한다. 그 변화를 아이도 눈치채겠지.

선생님 왈, 아이와 떨어지는 것에 관한 이야기는 길게 하지 않는 거란다. "오늘은 친구들이랑 가봐. 가서 재미있게 놀고 와." 하는 거란다. 돌이켜보니 엄마 없이 나들이 갈 수 있을까 걱정하는 건 나였다.

어린이집 마당에서 친구랑 손 잡고 떠나는 아이 엉덩이를 팡팡 두들겨줬다. 재미있게 놀고와, 하니 아이도 고개를 끄덕. 나보다 먼저 용기를 내고 한발 내딛는 아이. 나는 늘 아이보다 더 깊게, 아이와 떨어지지 않으려는 건 아닐까.

아이는 내 속에서 만들어져 나를 통해 세상에 나와 내 품에서 자라고 나에게 의지하다 결국은 혼자서도 충분한 존재로 살아가게 된다. 이 간단하고 분명한 사실을 자꾸 까먹는다. 얼른 자라라고 서둘러 쫓을 필요도 없고 내 품에 안고 놓아주지 않아서도 안되겠지. 새로운 공간과 시간들에 대해 나와 아이가 갖는, 서운하고 허전한 마음, 두렵고 불안한 마음이 당연한 것처럼 아이가 뚜벅뚜벅 자라나는 것도 참 당연한 일이겠지.

빨간 모자를 쓰고 친구 손잡고 또박또박 걸어가는 아이 뒷모습을 한참 바라봤다. 선생님도 이런 내 맘 아시는지 "잘 쉬고 계시다가 아이 오면 아이쿠 친구들이랑 잘 다녀왔네, 하고 칭찬 많이 해주세요" 하신다. 네네, 대답하는 내 마음이 왠지 찡. 매일매일 자라는 아이 덕분에 엄마도 이렇게 한뼘 자라는 중이다.

그래도 햇살 좋은 봄날이라 진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