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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엄마 일기

[+1032] 적응 중

새빨간꿈 2015. 5. 7. 15:40

어린이집 생활에 적응 중인 아이. 적응하는 아이를 옆에서 도와주는 것에 적응 중인 엄마. 지난 달 20일부터 시작했으니 어느새 3주가 다돼가네.

 

연휴 지난 어제부턴 어린이집에서 낮잠 자기 시작. 잠 자기 전에 선생님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실 거고, 낮잠 잔 후 간식도 먹을 수 있을 거라 이야기 해주니 솔깃했는데, 막상 낮잠 자는 시간이 오니 엄마 생각이 난다며 울었다는 아이. 마침 어린이집 근처에서 서성이던 나는 선생님 문자 받고 한달음에 달려가 아이를 데려왔다. 엄마없이 자는 걸 잘할 수 있을까 초조했는데, 어린이집 입구에서 눈에 발개져 서있는 아이를 보니 확 마음이 심란해졌다. 혹 마음이 상한 건 아닐까,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불안하거나 겁을 먹은 건 아닐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리고 저녁 내내 슬쩍슬쩍 아이 마음이 어땠는지 물어봤다. 낮잠을 자버리면 엄마랑 만나는 시간이 너무 멀어질까 두려웠단다. 그래서 엄마는 늘 니가 필요할 때 바로 달려가니 안심하라고 했다. 그리고 낯선 곳에서 자는 건 아이에게 힘든 일인데, 오늘은 처음이니 당연히 힘든 거라고 이야기 해줬더니 마음이 좀 편해진 것 같다. 내일 다시 연습해보자, 하니 그러고마 하는 분위기.

 

오늘은 어린이집 앞에서 헤어지며, 낮잠 자며 선생님 이야기 듣고, 일어나 맛있는 간식 먹고 좀 더 놀다 엄마 만나자 하니 제법 의젓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보내놓고 도서관에 갔는데 졸음을 쏟아져서 책만 두 권 빌려서 집에 왔다. 점심 약속까지 한 시간 정도가 남았는데, 일이 손에 안 잡혔다. 갑자기 텅빈 시간 동안 뭘 해야할지 서성댔다. 눈을 좀 붙이고 점심 약속에 나가 밥 먹고 차 마시고 나니 2시가 가까워졌다. 지금쯤 아이가 낮잠 자기를 시작하겠다 싶은 시각. 집에 가질 못하고 텃밭에 들러 풀뽑고 물을 줬다, 1-2분 간격으로 핸드폰을 확인하며. 2시 반이 넘어서야, 오늘은 낮잠 성공인가 싶어 일단 집으로 왔는데 그래도 옷을 갈아입지는 못하고 컴 앞에. 3시쯤 전화가 울린다. 잠을 잘 못든 아이가 다른 아이 울음 소리에 일어나버려 지금은 놀고 있다고, 조금 일찍 와서 아이를 데려갔음 한다고. 그러고는 내일부터 어찌 할지 작전을 좀 짰다. 선생님이나 나나 최대한 시간 여유 가지고 천천히 가보자는 데 동의했다. 내일부터는 낮잠을 포함해서 오후 시간을 같이 보내보는 걸로.

 

아이가 적응을 얼른 해서 나에게 안정적인 시간이 확보되면 정말 좋겠다 싶으면서도 또 천천히 차츰 그렇게 되길 바라기도 한다. 그래서 선생님의 문자나 전화가 반갑기도 하다. 너무 빨리 그리고 쉽게 엄마로부터 떨어져나가면 서운하고 허전할 거 같다. 젖을 아직 떼지 못한 것도 이런 내 마음 때문이겠지.

 

내 품에 아이가 있으면 자유롭지 않아 답답하고 불편하면서도 아늑하고 편안하다. 내 품에서 아이가 가버리면 허전하고 서운하면서도 자유롭고 편하겠지. 아이가 품에 있을 땐 그 아늑함을, 아이가 품을 떠날 땐 그 자유로움과 편함을 즐겨야지, 하고 교과서처럼 생각하지만, 마음은 언제나 복잡하다. 이 복잡한 마음이 에너지를 제법 많이 쓰는 것 같다. 지난 이십여일 동안 어떤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쉽게 우울해지는 걸 보면. 그런데 어쩌랴. 모순되고 복잡하고 이상하고 힘든 이 마음의 결을 그저 지켜보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