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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아이의 마음이 드러나는 이야기를 나눈다. 둘이 어딘가를 갈 때, 자려고 누웠을 때, 젖을 먹다가 혹은 밭에서 같이 일하다가. 오늘은 어린이집 가는 길, 아이를 안고 마을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다가, "엄마 몸 쪽으로 꼭 와서 붙어, 그러면 엄마가 덜 힘들어" 했더니 내 품에 찰싹 와서 안긴다. 두 팔로 내 목을 감싸고 내 쪽으로 몸을 기울인 아이가 문득 이렇게 묻는다.

 

"울어도 돼?"

 

왜 이런 질문을 할까, 잠시 멈칫 했다. (산타 할아버지가 우는 아이에게 선물을 안준다는 노래 때문인가?ㅋ) 그러고는 아이에게 이야기해줬다.

 

"그럼, 울어도 되지. 울음이 나올 땐 엉엉 울어야 마음도 편안해지고 몸 아픈 것도 나아지고 그러는 거야. 슬프거나 화가 나거나 몸이 아프거나 할 땐 엄마나 선생님한테 가서 엉엉 울어. 울지 않고 참으면 마음 속에 울음 덩어리가 점점 커져서 나중엔 아플 수도 있어."

 

가만히 드는 아이. 아무 대답이 없다가 문득 나에게 이런다.

 

"언제나- 엄마를 나쁘게 하는 사람이 있으면 내가 그 사람을 물리쳐줄 거야(씨익 웃으며 문장 마무리)."

 

"우아, 엄마는 디게 든든하다. 우리 은규가 엄마를 늘 지켜주는 거네."

 

우쭐해지는 아이. 말만으로도 참 든든해서 내 마음이 따뜻해진다.

 

어제 살짝 장염기가 있었는데, 오전 시간 어린이집 나들이에서, 어쩌면 울음을 참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 어린이집 들어갈 때, 혹시 배 아프면 선생님한테 꼭 이야기해, 그리고 아프면 엉엉 우는 거야, 알았지? 하고 이야기해줬다. 고개를 끄덕이며 씩 웃으며 엄마랑 헤어질 줄 아는 녀석. 고맙다.

 

요즘은 내가 휴직 중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말이 통하고 마음을 나눌 줄 알게된 지금 아이와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어서 참 좋다. 엄마에게 묻고 싶은 게 생겼을 때, 그냥 문득 이야기할 수 있는 시공간을 아이에게 많이 줄 수 있어서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