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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엄마 일기

[+1068] 미안해 사랑해

새빨간꿈 2015. 6. 12. 15:09

일주일 마지막 등원일인 금요일. 아이는 왠일인지 기분이 안좋다. 많이 자고 일어났는데 왜이럴까, 나는 오늘 오전에 세미나가 있어서 아이 빨리 등원시키고 늦지 않게 가고 싶은데. 아침도 시원찮게 먹고(내가 먹어봐도 주먹밥 양념이 싱거워 맛이 없었엉;;;;), 땡깡 부리기 시작. 냉장고 문을 자신이 닫아야 하는데 엄마가 닫아버려서 화가 나버린 것. 그 때부터 몇 분동안이었을까, 울며불며 다시 시간을 되돌리라고 땡.깡. 아이 요구대로 해주려다가 어느 순간 나도 화가 확! 나버려서 야!!! 하고 고함을 질러버렸다. 그 순간 움찔 놀라는 아이. 그러더니 더 큰 소리로 나에게 꽥 고함을 지른다. 아이에게 소리지르는 그 순간, 어느 그림책에서였나, 엄마가 고함을 지르면 아이는 불에 댄 듯 아파진다고 한 표현이 내 머리를 지나갔다. 앗차, 화를 내버렸구나, 이 때부턴 화를 내버린 나 자신에 화가 나서 씩씩 대기 시작한다. 뒤이어 자괴감과 자책이 쓰나미처럼 밀려오고.ㅜ


여차저차 해서 아이 마음이 가라앉고 내 마음도 가라앉았다. 식탁에 마주앉아 아이에게 미안해, 했다. 엄마가 고함을 꽥 질러서 니 마음이 어땠니 하니깐, 엄마를 때리려면 이렇게 주먹을 쥐고 해야 해, 한다. 엄마가 소리질러서 엄마를 때리고 싶었구나, 하니 고개를 끄덕끄덕. 아고 미안해 내 아기. 내 소중한 사람에게 고함을 질렀네 엄마가, 정말 미안해. 그러니 괜찮아, 한다. 그래서 고마워, 했다.


이렇게 말하고 난 뒤에도 불에 댄 듯 아팠던 그 상처가 없는 것은 되지 않겠지, 싶어 마음이 쓰리다. 미안해, 사랑해, 내 소중한 사람.


아이가 자고 일어났을 때, 등하원 중 아이가 지치면, 번쩍 두 팔로 아이를 안아준다. 폭 내 품에 아이가 안겨올 때, 심장과 심장이 맞닿아 따뜻한 느낌이 들 때, 아이에게 말해준다, 사랑해, 내 사랑, 우리 이쁜 아기, 하고. 언제부턴가, 아이도 내게 대답한다, 나도 엄마 사랑해- 하고. 하루 중 아이가 엄마-! 엄마 나빠! 엄마 가! 라며 땡깡 부리는 때가 훨씬 더 많지만, 잠자리에 누웠거나 아침에 눈을 뜰 때, 혼자 걷거나 피곤에 휩싸혀 앉아있을 때, 내게 떠오르는 건 아이가 내 목을 꼭 끌어안으며 사랑해- 라고 말하는 그 순간이다. 어느새 훌쩍 자라서, 땡깡도 부리고 애정 표현도 할 수 있게 된 아이. 건강하게 잘 자라고 가끔 사랑한다 말해주는 아이가 정말 고맙다.


이 고마움, 충만한 마음을 오래오래 기억해야지. 머리 끝까지 화가 나는 그런 순간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