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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시가 넘어 잠이 들었는데 눈을 뜨니 아침 여덟시 반쯤. 부지런한 사람들은 벌써 일어나 나갈 준비 중이었다. 입고 자던 옷에 양말 신고 코트만 걸친 채 밖으로 나갔다. 전날 종일 흐리고 추웠는데, 간밤에 하늘이 맑아졌는지, 아주 밝고 찬 아침이었다. 아직 나뭇잎에 서리가 내려앉아 있는 아침. 아무도 없는 숲을 혼자 걸었다. 바람이 잠잠해 나무들은 가만히 서있고 작은 새들이 제각각의 소리를 내며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날아다니고 앉아있고. 잎을 다 떨어트리고 벗은 채로 서있는 나무들도 울창하다 느껴질 정도로 키가 크은 나무들. 아침 산책 하길 잘했다, 너무너무 좋다, 이런 게 충만한 즐거움이지, 싶었던 시간. 지난 밤, 사람들과 섞여 앉아 술을 나눠마시고 열을 다해 나누었던 이야기들 속에 있었던 나는 누구였을까. 일터와 동료들과 우리의 일과 조직에 관해 고민하던 나는 누구였을까. 거리를 두고, 잠시 숨 가다듬었던 아침 산책.


@ 20151209, 천안,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