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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박사 일기

세월호 참사와 교육

새빨간꿈 2016. 4. 22. 17:48


오늘 일터의 연구모임에서 세월호 유가족 간담회를 했다. 

4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님이 오셔서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세월호가 침몰한 것, 침몰 후 구조하지 않은 것. 이 두 가지 모두 풀리지 않는 의문에 싸여있다. 

분명 원인과 이유가 있을텐데, 이걸 아직도 제대로 못밝히고 있다. 

이를 밝히는 것이 416 가족협의회 활동의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이 문제를 덮어두려고 하고 종결지으려 하는 힘들도 분명히 있다고 했다.

아마도 그 힘들은 한국사회 권력과 자본의 핵심에 닿아있을 것이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이유를 밝히는 것은 단순히 한 사건에 대한 조사를 넘어선다.

쉽지는 않겠지만 진실을 밝히는 일에 동참해야할 이유가 바로 이것 아닐까.


오늘 간담회에 참석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세월호 참사 이후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만들어내는 여러 담론들, 움직임들을 비판적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참사 이후 여러 교육 전문가들이 소리 높여 이야기했다. 우리 교육을 바꿔야 한다고.

학생들을 보다 주체적인 사람으로 길러내야 하고, 인성을 함양하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그런데 집행위원장님이 말씀하시길, 참사 당일 여러 자료들(학생들의 카톡 메시지, 동영상, 음성 자료 등)을 종합해본 결과,

학생들은 침몰하는 배 안에서 끊임없이 비판적인 사고와 판단들을 했다는 것이다.

구명조끼를 입으라는 건 바다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배 밖으로 나가야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이야기에서부터

구명조끼가 부족하니 너 먼저 입고 나는 나중에 찾아입겠다는 이야기,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질서를 지켜 차례차례 배 밖으로 나가려고 애 쓴 학생들 모습,

자기보다 먼저 어린 아이를 구하기 위해서 아이의 위치를 파악하고 협동하여 구한 모습...

학생들은 학교와 사회에서 어른들이 강요하는 삶의 질서(순응과 경쟁 등)를 배우면서도 실제 상황에서는

비판의식과 협동심, 연민과 배려를 실천하고 있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더 미안하다.


참사 당시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다. 나도 다른 동료들도 많이 울었다.

집행위원장님 말씀처럼 우리 각자의 마음 속에는 세월호 참사가 어떤 모양으로든 남아있다.

그리고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참사 원인과 구조 부재의 이유를 밝히는 것이다.

이걸 제대로 밝히는 것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가장 중요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책과 교실에서만 배우지 않는다. 오히려 삶에서 사회에서 정치에서 더 많이 더 영향력있게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