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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때, 대구 가서 이모들을 만났는데, 우리들은 부엌 바닥에 앉아 한 목소리로 이런 넋두리를 했었다.

"아, 일년은 지난 것 같이 길어. 이번 가을, 겨울은 너무 길어."

그 긴긴 시간들 동안 내가 제일 많이 했던 건, 돌아보니, 나를 혐오하는 일이었다. 자책과 후회, 뼈아픈 후회.
내가 그동안 자기 혐오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는 걸, 인도에서 깨달았다, 걷고 절하고 명상하고 잘 모르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순간순간들 덕분에.

인도에서 나는 잘 씻지도 않고 거울도 안보고 말을 많이 하지 않고 잘 먹고 잘 잤다, 그러면서도 많이 웃었다. 환하게 웃기,를 몇 달만에 다시 해봤다, 그리고 죄책감도 덜고 후회의 마음도 많이 버려두고 왔다. 자기 혐오의 다른 면은 타인의 인정을 구하는 욕망이다. 어리석고 못났고 못됐고 약하지만 지금의 이런 내가 나라는 걸 서른 살이 넘어서야 받아들여본다. 한동안은 스스로에 대한 인정을 연습해봐야겠어.

여전히 나에게 일요일 오후는 힘이 든다, 거울 속 내가 슬퍼보인다, 눈이 부어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시간을 되돌릴 수 없으니 후회도 죄책감도 내려놓고 시간을 보내면 된다. 그러면 일요일 오후도 지나가듯이, 겨울도 끝나고, 곧 봄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