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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초 일본 여행은 여러모로 고됐다. 직접 여행 루트를 짜야했고 낯익으면서도 실은 낯선 직장동료들과 함께 해야했고 일정도 빡빡했다. 급기야 약간의 갈등 때문에 마지막엔 좀 서먹하게 헤어지기까지 했는데.

그런데 이상하게 지나고 나니 그 때의 시간들이 좋았던 느낌으로 되새겨진다. 그리고 문득 떠오르는 의외의 장면들이 있다.

하나는 M선생님과 둘이 버스를 기다리던 정류장. 오전의 햇살이 드리운, 평범하기 짝이 없는 동네 버스정류장에서의 우리 모습이 왠지 그립다.

오늘 아침 떠오른 또 하나의 장면은, 눈덮힌 돗토리현을 다녀오던 길, 고속도로변 휴게소에서 만원 미만의 점심을 먹고 나와 작은 과일 가게에서 귤을 사던 장면. 한 봉지에 몇 천원 안했는데 엄청 맛나서 와 맛있다 했던 그 때. 배는 적당히 부르고 오늘 일정은 거의 끝나가고 모두들 마음이 너그러워져있던.

이런 장면들 때문에 또 길을 나서는 거겠지. 또 떠나고싶다. 할 일도 아는 사람도 없는 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