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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엄마 일기

자립

새빨간꿈 2020. 7. 5. 13:15


지난 한 주 내내 혹은 늘 그렇듯 평일에 혹사당한 몸과 마음은 주말의 휴식을 필요로 한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지난 몇 년 간 주중이든 주말이든 나의 휴식은 다른 사람에게 육아와 살림을 부탁하는 방식으로 가능하다. 남편에게 부탁을 하는 일이 늘 녹록치 않았고 (부탁을 너그러이 들어주는 일이 거의 없다고 기억한다) 그게 언제나 서운하고 힘들었다. 나의 취약함을 알고있고 그 부분을 채워주려 배려하는 이가 없다는 사실이 서러웠고 그런 관계 속에서 살고 싶다는 욕망이 포기가 안되었다.

오늘 오전에도 부탁(너무 힘들고 배고프니 점심을 차려달라고 했다. 아침은 내가 밥하고 국하고 반찬해서 차려줌)을 했는데 화를 냈다. 그 반응에 너무 화가 나고 절망스러워 힘들었는데 시간이 조금 지나자 좀 서늘해진다. 아직도 자립하지 않은 거, 여전히 포기하지 못한 거. 손 툭툭 털고 내 자리를 찾아가 앉아야지.

지금도 방밖에서 그는 한숨을 쉬며 집안일을 하고 있다. 저럴 때 나는 눈치를 보며 그의 비위를 맞추려했던 거 같다. 오늘은 그런 마음이 안난다. 이 관계와 내 마음이 어떻게 흘러가나 지켜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