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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가르친다는것

선생 노릇

새빨간꿈 2022. 1. 21. 17:19

하루 여섯 시간, 두 클래스 대학원 수업을 열흘동안 달리듯 해내기. 이걸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겁 먹은 채로, 어어- 하다가 드디어 끝냈다.

아침에 일어나 아이랑 아침 (후다닥) 먹고 아이는 조부모님댁이나 학교에 데려다주고, 집이나 연구실에서 오전 수업을 시작한다. 대부분은 커피 내릴 시간이 없어서 줌 화면을 열면서 동시에 커피를 만든다. 오전 수업이 끝나면 점심을 대충 먹고 오후 수업 시작하기 전까지 피로감을 없애려고 노력하지만 잘 안되어서 결국은 커피를 한 잔 더 만든다. 오후 수업 시작하고 1시간쯤은 졸립고 피곤해서 고통스러워 하다가 조금 정신이 차려지면서 수업 종료. 아이 데리고 오기까지 1시간 30분 정도 시간이 남아도 저녁 준비하거나 장을 보거나 하면 금새 그 시간이 지나간다. 저녁 먹고 씻고 내일 아이 등교 & 나 출근 준비 하면 잠 잘 시간. 너무 피곤해서 잠들고 새벽에 눈 뜨면 다시 육아와 식사 준비 및 정리, 수업 2개가 나를 기다리는. 그 와중에 실적 보고서 3개를 냈고, 인쇄소에 넘어간 보고서 수정하여 인쇄까지 마무리했다. 정신이 어디에 가있었는지, 뭉텅이로 어떤 일을 했는지는 기억나는데, 하루하루 수업을 어떻게 하고 무슨 생각들을 했는지는 기억이 안나네. 휴.

이번 학기는 이렇게 어찌어찌 해내었지만, 이렇게 틈도 없이 겨우겨우 수업을 해내며, 학생들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갑자기 조금 두렵다. 선생에게 여백이 있어야 거기 학생들이 들어올텐데. 사실은 학생들 들어올 마음의 틈도 안주고 내달리기만 한 건 아닐까, 이제사 돌이켜진다.

엄마 노릇도 그렇지만, 선생 노릇도, 나라는 인간 자체가 편안하고 괜찮아야 내가 초대한 그 공간에서 사람들이 와서 배우고 변화할 수 있을 거다. 이번 학기 제일 큰 교훈은 이거: 다시는 이렇게 무리한 강의 스케쥴은 수락하면 안된다.

아프지 않고 끝난 것만으로도 감사하지만, 이 교훈은 절대, 잊지 말 것.